“올해도 하실 수 있지요? 왜 대답이 없으실까? 하실 수 있죠?”
신부님의 우렁찬 목소리에 그만 주눅이 들어 “네” 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은 했지만 겁이 더럭 난다. 지난해 사순절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우리 성유대철성당은 청주교구 소속으로 70세대 150여 명의 교우가 가족처럼 알콩달콩 살아가는, 청주에서 제일 작은 교회다.
사건의 발단은 초대 신부로 부임하신 윤창호 신부님으로부터 시작된다. 부임 후 3~4개월 뜸을 들이시던 신부님 왈, “올 사순절은 새벽 5시 미사로 매일 봉헌합니다. 각 가정마다 초를 하나씩 준비하고 매일 새벽미사마다 각자 불을 붙이세요.”
한마디로 매일 새벽미사에 출석을 부른다는 것이다. 큰일났다. 직장인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여기저기서 한숨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한숨으로 사순절 새벽미사가 시작됐다. 첫 미사에 유치원 어린이부터 80대 어르신까지 70여 명의 교우들이 새벽바람을 가르고 성당에 모였다.
첫 날이니까 그렇지 뭐 얼마나 가려고. 그러나 웬일, 1주가 지나고 2주가 지나도 개학으로 못나오는 어린이들을 제외한 50여 명(우리 성당 어른들의 약 60%)의 교우들이 매일 새벽 미사를 봉헌했다. 때맞춰 개설된 우리 성당의 카페 ‘신앙일기’에는 사순절을 지내며 겪은 신자들의 뜨거운 신앙체험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하느님을 향한 마음은 하루라도 놓지 않아야 된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된 은총의 사순시기였다. 우리 신부님, 이러한 일에 재미를 들이셨는지 다시 하자고 하신다. 아! 하느님 이 일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김현기 (베드로, 주성대학 스포츠복지과 교수, 여가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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