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1일은 우리 부부의 결혼 2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동안 하느님께서 많은 은총을 주셨지만 가장 감사한 것은 사랑스러운 아들을 둘씩이나 자녀로 허락해 주신 것이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 중 둘째 아들인 가브리엘이다. 나는 체형이 통통하고 귀엽게 생겼다(착각이어도 할 수 없음)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데 가브리엘은 이러한 내 모습을 붕어빵 수준으로 닮았다.
어느 해 겨울, 체중을 줄일 목적으로 가브리엘과 걷기운동을 하자고 했다. 움직이는 것을 귀찮아하는 녀석이 혹하여 따라 나서게 된 것은 코코아를 사준다는 유혹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제 엄마가 몸에 좋지 않다고 주지 않아서인지 코코아의 유혹은 효과만점이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청주 예술의 전당 광장에서 아들 녀석은 코코아를, 나는 커피를 뽑아 탁자에 앉았다. 그런데 당시 초등학교 2학년생인 가브리엘이 “아빠 행복하지 않으세요?”하고 물었다.
나는 하도 황당해서 “너는 행복이 무엇인지 아니? 그리고 왜 행복한데?”하고 되물었다.
“아빠 햇살이 너무 따뜻하잖아요? 하느님이 우리를 위해 마련해주신 것 같아요.”
찰나에 참으로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같은 공간과 시간에 함께 있던 사람들 중에서 햇살을 받고 행복하다고, 그래서 하느님께 감사하다고 이야기한 사람은 가브리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 이렇게 또 한번 깨달음을 주시는구나. 이미 하느님은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마련해 놓으셨는데 우리가 그것을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것 뿐이구나.
김현기(베드로.주성대학 스포츠복지과 교수.여가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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