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께서 우리에게 마음의 기쁨을 주시고, 우리 시대에 평화가 깃들게 해 주시길!”(집회 50, 23)
15년 전 우리나라에는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오랜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선 때였지만, 지역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시기이기도 했다. 모두가 애타게 바라던 문민정부가 시작되면서 기쁨과 환호가 넘쳐났지만, 지역 간 감정과 갈등의 골이 더 깊어만 가던 시간이었다. 이때 난 사제서품을 준비하면서 내 삶의 모토를 찾다가 이 성서구절을 발견했다.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고통보다는 기쁨이, 다툼보다는 평화가 넘치는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 욕망을 누구나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쁨과 평화가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자기만 잘 먹고 잘 살면 되고, 내 이웃은 어떻게 되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만연하다면 우리 시대는 얼마나 불행해 질까?
‘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이 기쁨과 평화가 넘쳐 날 때, 우리 시대에 하느님의 나라가 도래하는 것이 아닐까? 나의 사제로서 한 생애가 우리 모두에게, 우리 시대에 기쁨과 평화가 넘쳐날 수 있도록 하느님의 작은 도구로 쓰이길 바란다.
그런데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기쁨과 평화가 주님이 주시지 않으면, 주님 안에서 머물지 않으면 온전히 얻을 수 없는 것들이라고 믿는다.
기쁨과 평화는 성령의 열매이며, 이 열매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성령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실 때, 우리가 맺게 되는 선물이요, 은총이다. 이 은총을 얻고자 오늘도 나는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이 성령의 열매를 맺고자 오늘도 주님의 곁에서 그 주위를 맴돌며 살아가고자 한다. 나는 믿고 있다. 주님께서 이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신다는 것을...
사제 생활 15년째를 맞이하며 지난 삶을 되돌아 보건대, 지금까지 뭘 하며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오늘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금 내 삶의 자리를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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