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 구산면 수정리에 위치한 트라피스트 수도원과 경남 고성의 올리베따노 수도원, 고성의 가르멜 수녀원이 인근에 들어선 조선산업 관련 시설들로 인해 수도생활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최근 수도원 곁에 조선 기자재 공장이 들어선 고성 올리베따노 수도원은 지난 1년간 오염으로 인해 수도자들이 원인 모를 기침에 시달리고 기르는 작물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수도원에서 불과 50미터 떨어진 곳에 조선 관련 부품공장이 들어설 예정인 고성 가르멜 수녀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장 부지 조성을 위해 파헤쳐지고 깎여진 수녀원 인근 진입로는 예전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을 잃은지 오래다. 수녀원 주변에는 이미 6곳의 공장지가 둘러싸고 있어 이전이 현실적인 대책이지만, 공장들 대부분이 개인 소유여서 마땅한 보상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수정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주)STX는 애시당초 택지로 매립한 지역을 불법으로 용도 변경하여 주민 동의도 없이 몰래 조선소 유치를 추진해 왔다. 지난해 9월엔 태풍피해 방지를 위한 마산시의 한시적 승인을 빌미로 조선 기자재 블록 적재, 크레인 가동 등 불법 시설물을 갖추고 불법 행위를 일삼았다. 마산시는 STX측의 이러한 불법 행위를 묵인 방조함은 물론, 찬성측 의견만 내세우며 주민들간 갈등의 골만 깊게 만들었다. 조선 관련 시설로 인한 환경오염 사례는 이미 여러 곳에서 확인된 바 있다. 국내 최대 조선 단지인 거제도와 STX 대동조선이 있는 진해 죽곡리는 회사측의 적극적인 오염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국 최악의 환경오염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 경제발전과 이윤을 추구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의 입장을 이해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존하고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환경을 가꾸는 일은 무엇 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이들 세 곳의 수도원은 가톨릭교회 안에서 침묵과 기도를 강조하는 봉쇄수도 전통을 이어온 곳이다. 이들의 정신적 영적 활동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주요한 원동력이다.
(주)STX와 관련 기업들은 자연과 생명을 파괴하는 불법 행위를 반대하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심정을 얄팍한 경제논리로 짓밟지 말고 지금이라도 조선소 설치 계획을 전면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주민들을 기망하고 기업 이익만 두둔하고 있는 마산시 당국도 시민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나서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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