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 번호 320번!”
‘와’소리를 지르며 한 자매님이 뛰어 나온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고 좋아 어쩔 줄 몰라 한다. 본당 체육대회 마지막 순서인 행운권 추첨에서 운 좋게 번호가 뽑혀 MP3 플레이어를 탄 자매님의 모습이다.
“자, 마지막으로 MTB 자전거를 추첨하겠습니다.” 두그 두그 두그(효과 음악)~
일순간 정적이 흐르고 참가한 모든 사람은 자기 번호가 뽑히길 바라며 번호를 부르는 내 입만 바라본다.
조금 뜸을 들이다가 “MTB를 타게 될 행운의 번호는 27번입니다.”
‘이야’하는 함성 소리와 함께 초등학생 녀석이 허겁지겁 달려 나오고 교우들의 입에서는 ‘아이고!’하는 안타까운 신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나오던 녀석이 너무 빨리 달리다가 그만 넘어졌지만 자전거를 탔다는 기쁨에 아픈 것도 모르는지 벌떡 일어나 달려와서는 냉큼 자전거를 타고 좋아 어쩔 줄 몰라 한다.
행사가 끝나고 텅 빈 운동장에 앉았다. 아! 우리는 이렇게 작은 행운과 선물을 받을 때조차 가슴 졸이고 기뻐하면서 정작 하느님이 거저 주시는 큰 선물은 당연하다는 듯 냉큼 받아먹고 두꺼비처럼 눈만 껌뻑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일곱가지 성사로 은총을 받을 때 단 한번이라도 행운권이 당첨됐을 때처럼 기뻐한 적이 있었던가? 매일 아침 눈뜨고 하느님의 창조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받고도, 죽음 너머 영원한 생명까지 준비해 주시는 우리 하느님의 사랑이 행운권만도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의 품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신앙인이 된 것이 우리에게는 가장 큰 축복이고 행운이다. 하느님 제가 하느님께 당첨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현기(베드로.주성대학 스포츠복지과 교수.여가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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