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재미있는 얘기를 해볼까 한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가운데 개그맨 강호동이 무속인처럼 분장하고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다.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거나 존경받는 사람들이 나와 코믹하고도 진솔한 얘기를 해,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얼마 전에는 인기배우인 황정민이 출연해 입심 좋은 얘기가 오갔는데, 보는 둥 마는 둥 하는 도중 귀에 솔깃한 얘기가 들렸다. 꿈에 대한 얘기였다.
황정민 왈 “대단히 중요한 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만 하면 돼요, 물론 운이 따라야지요, 그 운도 자신이 만드는 거에요”라고 하면서 어릴 적 들은 얘기를 하였다.
“우리 어머니가 만날하는 얘기가 ‘야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있어 봐라, 감이 떨어지면서 니 뺨 딱 때리지 않아? 먹고 싶으면 따서 먹어야지’ 하셨다”는 것이다. 그러자 강호동 왈, “좋은 얘기죠. 감이 먹고 싶으면 과감하게 가서 따라. 근데 그렇게 해가지고 누구나 다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거죠.” 하고 싶어도 성공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그러자 반론하는 황정민은 “그래도 해야 돼요. 자기 삶이잖아요, 자기 스스로 물어보면 해답이 나와요 … 백 미터가 되었든 천 미터가 되었든 올라가 봐요. 올라가서 봤더니 썩 좋은 감도 아니네? 그러면 버리고 딴 감나무 올라가면 되잖아요. 그럼 노하우가 생겼을 것 아니에요? 그러면 그 다음엔 잘 올라갈 것 아니에요?” 그래도 꿈을 향해서 꾸준히 가다보면 배우면서 나아갈 것이라는 얘기이다.
지당한 얘기이다. 오랫동안 무명으로 지내다가 지금은 최고배우로 성장한 그는, 꿈을 키우라고 말한다.
필자도 아이들에게 왜 꿈이 없느냐고 안타까이 되묻기도 한다. 혹자는 요즘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아이들 왈, 기껏해야 4가지 ‘직업’을 얘기한단다. 의사, 변호사, 공무원, 교사. 확실한 돈벌이 직업을 갖는 것이 꿈이라는 얘기이다.
어른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이 아이들은 배도 곯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환경에서, 하고 싶다고만 하면 부모들이 무엇이든 해주는데, 왜 이렇게 생각 없이 살까, 만날 컴퓨터 앞에만 앉아서 게임만 하고 왜 그렇게 철없는 행동만 하고 있을까.’
우연히 두발규제에 약간의 불만을 가진 중학교 1학년인 딸아이의 홈페이지에서 다음의 글을 발견했다. “우리가 머리를 자르지 않는 이유는 최익현의 ‘목은 잘라도 머리는 못 자른다’는 말 때문이고, 우리가 사복입기를 원하는 이유는 교복이 일본의 잔재이기 때문이고, 우리가 미팅을 하는 이유는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이념 때문이고, 우리가 수업시간에 자는 이유는 청소년은 꿈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고, 우리가 복도에서 뛰는 이유는 고구려인의 패기를 기르기 위해서이다.”
얼마나 뛰어난 기지가 발휘된 사회풍자인가? 사회를 밉지 않게 비꼬면서 자신들의 하고 싶은 것을 막는 사회적 문화적 편견을 예리하게 꼬집고 있지 않는가? 우리들 앞에서는 한심해 보이는 이 아이들이 멋진 콘텐츠를 갖고 이 세계를 비틀고 있지 않는가?
그러고 보니 우린 아이들에게 우리가 주입시킨 꿈만 얘기했지 그네들의 꿈에 대해 물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리고는 꿈을 꾸지 않는다고 애들 탓만 했다. 부끄럽다. 어른 자격이 있는가 싶다.
중고등학교에 가보면, 꿈이 있는 아이들은 별로 없다. 다수의 목표는 대충 점수 맞춰서 대학교 가는 것이고, 대충 취업 잘되는 과로 가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아이들은 학교, 학원, 과외 등 열심히 짜여진 프로그램대로 공부한다.
어른들은 꿈을 갖는 것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진지하게 물어보지 않았고, 그 누구도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도 허락하지 않았으며, 그렇게 아이들은 대학에 진학하였다.
부끄럽다. 어느새 우린 우리가 크면서 가졌던 꿈마저 아이들에게 허용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꿈을 빼앗아가는 잔인한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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