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것도 참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 말도 있지만, 말 잘하기는 여간해서 되는 일은 아닐듯 싶다.
“말 잘하는 이가 천하를 얻는다”는 말도 있는걸 보면 말 잘하기를 그저 허투루 볼 일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다’란 특정 개인을 상대로 하는 대화 차원이 아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대중 강연, 즉 ‘스피치’를 말한다. 흔히들 명강의, 명연설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명연설은 정말 어렵고도 피나는 연습과 준비가 필요하다.
흔히 ‘잘하는 스피치’의 요건으로 몇가지를 꼽는다. 틀리는 것을 두려워 말고 자신있게 표현하라, 공백(pause)을 두려워 말고 시간적 여유를 가져라, 청산유수처럼 막힘 없이 말하려 하지 마라, 스피커 혼자서 말하려 하지 마라 등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대부분 스피치 강의에서나 나올법한 얘기들이다.
필자 생각에 잘하는 스피치는 우선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이는 논리적이란 말과도 통하지만, 그렇다고 설득력이 있을려면 반드시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설득력은 강한 호소력을 동반한다. 스피치가 설득력 있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당연히 적절한 사례, 그것도 청중이 수긍하고 맞장구칠만한 사례가 등장하면 좋다.
두 번째는 지루하지 않아야 한다. 무조건 길다고 해서 지루한 것은 아니다. 1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푹 빠질 수도 있고, 20분을 들어도 꽤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지루하지 않으려면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재미를 유발하고 긴장을 푸는데는 유머가 제격이다.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를 쓴 CNN 부사장 게일 에반스도 ‘유머감각을 길러라’는 항목을 ‘성공의 14가지 법칙’ 중 하나로 꼽았다.
설득력과 호소력을 갖추고 지루하지 않고 재미난 강의나 연설을 하면서도 알맹이가 빠져서는 곤란하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해야 한다.
밑도 끝도 없이 나열만 한다거나, 정작 주제와는 동떨어져 삼천포로 빠져서는 난감하다.
이외에도 청중에 따라 연설의 내용을 조정하고, 청중들의 반응에 기민하게 부응할 줄 아는 능력도 필요하다. 1963년 8월 23일 노예 해방 100주년을 맞아 워싱턴에서 열린 평화 행진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인권 운동사에 길이 남을 명연설을 남긴 마틴 루터 킹은 이 부분에서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미사 강론도 연설의 일종이다. 어쩌면 가장 잘 하기 힘든 스피치가 신부님들의 미사 강론일듯 하다. 대중 연설처럼 특정한 주제가 주어져 있는 것도 아니요, 청중들의 나이, 직업, 교육수준도 제각각이다. 그런 강론을 매 주일 해야 한다. 한마디로, 신부님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강론이 가장 큰 스트레스다”.
그걸 알면서도 가끔씩 강론이 아쉬운 때가 있다. 반대로 좋은 강론을 들으면 강론하신 신부님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주일미사 참례로 그나마 신앙생활에 위안을 삼는 대다수 신자들에게 미사 강론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강론때 신자들 졸게 하는 것도 죄”라는 어느 신부님의 우스갯 소리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전례의 고유한 의미도 중요하지만, 강론 때문에 미사가 즐거울 수 있다면, 이거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까.
지난 2006년 상반기 잠시 머물렀던 서울 행당동본당 한신부님의 강론이 참 그립다.
전대섭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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