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필리 2, 5)
서품 상본에 쓸 글귀를 정하려고 신학교 성당에 앉아 성경을 펴 들었습니다. 몇 번인가를 손에 잡히는 데로 성경을 펼쳤을까, 문득 마음을 사로잡는 말씀이 눈에 띄였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그리스도찬가(필리 2, 6~11)였습니다.
하느님이신 분이 자신을 낮추셔서 사람이 되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다는 것, 그리하여 모두가 입을 모아 그분이 주님이심을 찬미하였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 모든 내용을 상본에 넣을 수는 없는 일, 마침 찬가가 시작하는 바로 앞 구절(2, 5)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 이러한 겸손이 그분의 마음이구나…
그분은 스스로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다”(마태 11, 28)고 하십니다. 온유함도 어쩌면 겸손함에서 나오는 한 성품일 것입니다. 자신을 낮추어 남의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음이 온유함일 것 입니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대지를 적시고 뭍 생명을 살리듯이. 단단한 바위도 그 부드러운 몸결로 수십 수 백 년을 보듬어 마침내 부드럽게 만들듯이. 그리스도의 온유함은 그렇게 느리고 실패처럼 보이지만,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살리며 종국엔 승리합니다. 그러니 그분은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을 모두 받아들여 그들을 살리십니다.
사제로 산다는 것, 아니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아마도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생각합니다. 예수님이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판단을 하실까? 그분의 마음은 어땠을까? 사람뿐 아니라, 하느님의 모든 창조물들을 차별 없이 아끼고 사랑하고 받아들이고 살게 해주기 위해 창조주이신 그분의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을 간직하려고 노력합니다. 죽는 날까지 놓아서는 아니 될 화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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