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강조하고, 올바른 아버지상을 확립하기 위한 ‘아버지학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교회에서 아버지 학교가 개설된 것은 지난 2005년 4월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가 연 ‘성 요셉 아버지학교’가 최초다. 그해 8월 ‘성 요셉 아버지학교 워크숍’이 열린 이후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각 교구에서 아버지 학교가 잇달아 개설됐다. 2006년 대전교구와 제주교구, 청주교구가 ‘아부지학교’ ‘성 요셉 학교’ 등의 이름으로 동일한 프로그램을 개설한데 이어 2007년엔 광주대교구와 대구대교구, 인천교구가 잇달아 아버지학교를 열었다. 지난해 9월 첫 봉사자 수료식을 가진 의정부 교구도 이들 인력을 토대로 오는 5월 제1기 아버지학교를 개설할 계획이다. 마산교구도 올 하반기 아버지학교 개설을 목표로 준비에 한창이다.
아버지학교의 확산은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그 어느때 보다 막중하게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전통적으로 우리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아이에 대해선 엄마에게 맡긴다’는 아버지가 대다수였다. 교육 환경과 사회 여건의 변화로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그러나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그동안 드러나거나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애시당초 그 몫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정사목의 관점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고무적이다. 지난 2월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연수에서 “아버지(가장)의 신앙이 바로 서야 자녀들의 신앙이 바로 선다”는 점을 지적하며 교회가 아버지학교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고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그런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다. 어머니는 내조에, 아버지는 일에만 전념하는 것으로 부모 역할을 다했다고 보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부모로서 고유하고 주된 각자의 역할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녀교육의 책임과 역할은 온 가족이 공유해야 하고 특히 부모가 함께 교육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무엇 보다 가정교회의 건실함은 곧 우리 교회의 건강함과 직결된다. 가정에서 충만한 신앙을 체험하며 자란 자녀들은 교회의 미래요 보배다. 그러한 자녀를 가르치고 기르는 것은 부모의 본보기 신앙이다. ‘아버지학교’가 각 교구뿐 아니라 본당에서도 생겨나고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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