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수난 성지주일을 지내며 우리는 이제 기나긴 사순시기의 끄트머리에서 우리 주님의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부활은 성탄과 함께 가톨릭 교회 전례시기에 있어서 두 축을 이루는 중요한 때이다.
성지주일을 지내고 성주간을 맞는 우리는 예수께서 마침내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심으로써 우리의 죄를 물리치고 죽음으로부터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시어 우리들도 그 영원한 생명을 얻어 누리게 되는 부활대축일을 맞는다.
참회와 보속의 사순시기를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 진지하고 열심한 자세로 기도와 희생, 절제와 자제로써 지냄으로써 부활의 순간을 준비해왔다. 그러한 준비의 절정이 바로 지금 한 주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교에서 기념의 의미는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고 회상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의 기념은 곧 우리에게 주어진 영광의 순간이 지금 이 순간 그대로 유일하게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재현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을 통한 희생 제사로서 봉헌되는 미사는 단지 예수께서 2천년 전에 돌아가신 것을 머리로 기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때의 위대한 구원의 순간이 지금 이 자리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신비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전례력에 따라 주기적으로 지금 이 땅 위에서 재현되는 구원의 역사를 살아간다. 그것은 형식적으로 순환되는 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원의 매 순간이 되풀이해서 각각의 고유한 의미를 그대로 지니고 반복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전례력의 주기에 따라 살아가는 것은 매번 새롭고 매번 크나큰 은총을 받는 구원의 시간들이다.
이러한 점을 기억할 때, 우리는 올해의 부활을 준비하는 자세를 더욱 진지하고 신중하게 다질 수 있다. 형식적이고 무의미하게 사순시기를 보냈었다면 이제 부활의 정점을 향해 가는 앞으로 한 주간을 참으로 영성적인 자세로, 주님의 강생과 부활을 다시 한 번 깊이 묵상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다짐은 보다 구체적인 실천, 즉, 평일미사 참석이나 십자가의 길 기도 등 우리의 신앙을 더욱 굳건히 해줄 수 있는 구체적인 신앙생활의 실천으로 드러나야 할 것이다. 그러한 구체적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부활의 준비는 그 영광을 맛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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