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을 떠나 한적한 곳으로 가셨다”(루카 4, 42)
부제서품을 한 달 앞두고 1년 1개월 동안 투병생활을 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동창들이 서품 받던 2000년 새해 첫날 끝내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 친구의 사진을 곁에 두고 사제로 살아온 지 9년째 사회사목의 소임을 받아 사목활동을 하고 있다. 출근을 하면 노인복지관 관장으로, 퇴근을 하여 공소로 돌아오면 공소신자들을 위한 사목자로, 학위를 위해 공부하는 학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하루하루의 삶을 분주하게 살아간다.
사제생활 모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신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좋아했던 필립비서 2장 5절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여러분의 마음으로 간직하십시오’를 선택할 생각이었다.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의 마음을 간직하기 위해 무엇을 하셨는지 성경을 더 뒤져보았다.
얼마간의 노력 후, 루가복음 4장 42절 ‘예수께서는 그곳을 떠나 한적한 곳으로 가셨다’라는 구절을 사제생활 모토로 정하게 되었다. 이 서품 모토는 사목생활 중 예수님의 마음을 잃고 방황할 때마다 매서운 회초리가 되어 타성에 젖어가는 나의 정신을 차리게 해주고 있다.
2008년 복지관 관장실의 가구를 재배치하는데 업무를 보는 책상 옆에 작은 책상 하나를 더 들였다. 그 책상의 이름을 붙이기를 ‘한적한 책상’이라 하였다. 그 ‘한적한 책상’위에는 그 어떤 것도 올려두지않고 화분 하나, 성경책, 성무일도, 묵주가 놓여있다. 업무를 보는 책상에서 잠시라도 묵상과 기도를 할라치면 온갖 잡념이 나를 가만두지 않지만 ‘한적한 책상’에 앉아 있으면 잠시라 할지라도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곧추 세울 수가 있다.
예수님께서 자주로 한적한 곳으로 가셨듯이 올 한 해 내 방 한켠에 마련해둔 한적한 책상에 자주 앉아 열정으로 가득찬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퍼올려 그 마음의 열정으로 내 몫과 그 친구의 몫의 사제생활을 해가겠다고 다짐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