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이리 험한 세상이 됐는지. 인류의 역사를 통해, 인간의 잔혹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극한을 여지없이 드러내왔다. 비단 현대 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야만의 시대를 거쳐 문명이 개화한 후에도 인간은 잔인했다.
사랑과 자비, 군자와 성인들의 가르침이 나라를 통치했던 시대에도 어김없이 인간의 잔혹한 행위는 줄지 않았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우리나라만 해도 그러했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최근 언론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어린이 살해 유기에 대한 보도들은 마치 엽기적인 공포 영화 한편을 떠올리게 할 정도이다. 어찌, 그 선한 눈망울을 바라보면서 그토록 험한 짓을 할 수 있었던 것인지.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했지만 이 때 만큼은 성악설을 설파한 순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정말 인간은 악한 것이 아닐까? 그리스도교는 인간이 죄에 물들었다고 하지만 그 죄가 이처럼 잔혹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것이었던가?
다 큰 어른의 머리에 가시나무를 씌우고, 손과 발에 못을 박는 짓만큼, 어린아이의 그 조막만한 손과 발을 토막으로 만들어버리는 이 천인공노할 만행이 그 사악함에 있어서 전혀 못하지 않다. 누가 범인으로 판명이 나든지 간에 우리는 그에 대한 치떨리는 분노를 금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이 어린것의 영혼에 수없이 머리를 숙여 우리의 죄를 고백해야 한다. 아예 우리는 죽을 때까지 머리를 들어서는 안될지도 모른다. 엄마의 호통에도 겁을 먹는 어린 것이 낮선 사람의 거친 손아귀에서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을지, 그것이 죽음인지도 모르는 채, 죽음의 소리를 미처 듣지도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났을 그 어린 몸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면, 우리는 평생을 즐겁게 살아서는 안될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웃을 일이 있다면 그것은 죄악이다.
그리고 자식의 고통을 자식보다 수백만배 더 처절하게 느꼈을 그 부모와 형제자매들에게 백배 사죄해야 할 것이다. 죽음이 두렵되, 자식의 죽음은 제 죽음의 두려움을 수천만배 넘어서는 고통이다. 그래서 자식이 어미보다 먼저 죽는 그 고통을 일러 ‘참척’(慘慽), 뼈가 녹고 창자가 끊어질 만큼의 고통이라 했다. 자식 둔 자라면 누군들 황천길에 자식을 먼저 앞세워야 하는 그 참담함을 모르겠는가?
무엇으로도 우리는 그들을 위로할 수 없다. 심지어 범인을 잡아 능지처참을 한다 해도 그 분이 풀리기야 할까. 이제 우리는, 너무나 상투적이고 너무나 안일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우리 주 예수께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그 어린 것을 다시 볼 수 있으려면, 착하게 살아 천국에 들어야 한다. 그 천진한 것이 무슨 죄를 지었을 리가 없겠기에, 우리는 그 아이가 하느님 품에 안겨 천국의 복락을 누릴 것을 믿는다. 그러니, 우리가 그 아이를 다시 보려면 이 세상에서 선한 행업을 함으로써 하느님 품으로, 그래서 아이 곁으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아,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어찌 이리 악한가. 어찌 이리 냉정히 생명의 외침을 외면하는가.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될 것을, 그리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이제 우리는 우리가 범인과 함께 공동으로 치러야 할 죄값을 같이 보속해야 한다. 하느님께로 먼저 간 이의 영원한 복락을 기원하며,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박영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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