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과소비로 인한 자연훼손 각성을
지난주 국내 주요 언론은 로마 교황청의 환경 관련 기사를 실었다. 이에 따르면, 교황청 죄와 참회 분야 담당 지안프랑코 지로티 주교는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와의 회견에서 현대 사회가 저지르고 있는 환경오염은 오늘의 인류가 참회해야 할 큰 죄악이라고 밝혔다. 교황청의 환경문제에 대한 염려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작년에도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행위가 신의 뜻을 거스르는 일임을 분명히 하신 바 있다. 특히 2002년에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UN 지속가능발전지구정상회의에 제출한 교황청 문헌 ‘스톡홀름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 교황청의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의 역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이후 환경문제에 대한 교회의 인식을 망라하고 있다.
1965년의 ‘사목헌장’은 “사람이 가끔 하느님을 자신의 근원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함으로써 궁극 목적에로의 당연한 질서마저 파괴하고 자신과 이웃과 모든 피조물과의 조화를 깨뜨렸다”(13항)고 지적하면서, “인간이 문화를 통해서만, 즉 자연의 선과 가치를 캐냄으로써만 참되고 완전한 인간성에 도달”(53항)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황 바오로 6세는 1971년에 교서인 ‘팔십주년’을 통해 “자연을 불법 사용함으로써 자연을 파괴할 위험에 직면하고 인간 스스로가 도리어 이런 타락의 희생물이 될 위험”(21항)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탄식하셨다.
또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7년 회칙 ‘사회적 관심’ 26항에서 “자연의 주기와 통일성을 존중해야지” 이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태학적 관심을 촉구하셨을 뿐 아니라, 1990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 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 하는 평화’를 통해 “세계 안에는 명확한 질서와 조화가 있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생태계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부름 받고 있다”(15항)고 밝히시고, “하느님의 피조물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 성 프란치스코께서는 모든 피조물들을-동물들과 식물들, 온갖 자연들, 형제자매인 해와 달까지-초대하여 주님께 영광을 드리고 주님을 찬미하셨다”(16항)고 하시면서, “생명존중이 바로 피조물의 보전이라는 사실을 경시할 수 없다”(7항)고 말씀하셨다.
역대 교황과 교황청 문헌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온전하게 보전하자는 것이다. 과거 인류는 자신들이 거주하는 생태계를 기반으로 나름대로 고유한 문화를 꾸려왔다. 예컨대 논과 밭에서 쌀과 밀, 잡곡 등을 생산했다. 산이 인근에 있는 경우 나물을 채취했고, 강을 끼고 있을 때는 물고기를 얻었다. 물론 때때로 마을 사람들이 욕심을 내서 자연이 허용하는 것 이상으로 산물을 채취했을 때는 그 이듬해부터 생산량이 급격히 주는 과욕의 응보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부류의 생태계 문화인들은 자연의 생명부양 체계를 가늠하면서 생활을 꾸려 왔다. 다만 선대의 지혜를 갖고 있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성경은 밭에서 소출한지 “칠년 째 되는 해는 야훼의 안식년이므로 그 땅을 아주 묵혀 밭에 씨를 뿌리지 말고, 포도순을 치지도 말라”(레위 25, 4)고 명하신 것이다. 따라서 생태계 문화인은 자연에 대해 책임을 가지면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현대인은 이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선진국 사람들은 세계화를 통해 확산된 산업화의 산물을 만끽하며 호의호식을 하며 살고 있다. 이 경우 자신이 필요로 하는 산물을 지구촌 전체의 생물권에 의지하게 된다. 예컨대 자동차는 일본산, 석유는 사우디아라비아산, 핸드폰은 핀란드산, 전자제품은 한국산, 포도주는 프랑스산, 쌀은 중국산, 밀은 아르헨티나산, 육류는 미국산, 과일은 필리핀산, 커피는 브라질산 등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소비자에게서 멀리 떨어진 지구촌 어딘가에서 자연에 과부하를 주면서 상품이 생산되더라도, 그래서 자연이 황폐화하더라도 이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를 지기 어렵다. 소비자가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교황청은 이와 같이 물질적 과소비를 일삼는 생물권 문화인에 대해 참회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면희(프란치스코·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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