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9시,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성당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가브리엘 형제가 커피를 끓여 놓고 환한 얼굴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이어 우리 성당 톱스타인 베드로 형제, 요한보스코 어르신, 말딩 형제, 마르코 형제, 유스티노 형제, 청년부, 주일학교 아이들, 자매님들이 차례로 도착했다.
이 늦은 시간, 성당에 웬 사람들이 이렇게 모일까? 오늘은 바로 우리 성당의 자랑인 성유대철 극단의 최종 리허설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유대철 극단은 우리성당이 분가하기 전부터 창단돼 9차례의 공연을 선보였다. 정말 의미있는 것은 연극이라곤 평생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형제들이 배우가 돼 늦은 밤까지 맹연습으로 성당 중요한 행사 때마다 빠짐없이 공연을 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매 공연마다 연극에 참가한 배우(?)나 구경하는 신자 모두가 신명나는 풍자에 박장대소하고, 순교자의 삶을 연극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을 우리 공동체에 선물로 주었다는 것이다.
연습 장면을 보기 위해 찾아온 신자들이 전해주는 통닭과 음료수, 격려의 박수는 우리 모두를 한 가족으로 묶어 주고도 남는 사랑의 선물이었다. 그래서인지 연습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배우들의 머리 위에는 언제나 즐거운 휘파람 소리와 환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성당은 신자들이 모여 미사를 드리는 장소이지만 여가도 즐기며 행복을 나누는 장소이기도 하다. 주5일 근무제 이후 여가를 즐기기 위해 성당을 멀리하는 신자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여러분! 성당 연극 활동을 통해 자신의 여가도 즐기고 스트레스도 해소하며 가족 사랑과 함께 신앙도 키우는 일석사조의 여가 동아리 유대철 극단을 아시나요?
김현기(베드로.주성대학 스포츠복지과 교수.여가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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