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르포 오더를 받고, 취재 전 먼저 취재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죄송하지만, 안 만나고 싶습니다. 생각해보니 내세울 것도 없고, 사람들한테 드러내고 싶지도 않습니다.”
‘어! 이거 곤란한데…’. 40분 이상 수화기를 들고 시간 좀 내달라 애걸(?)했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취재를 허락 받았다. ‘어떤 분일까’ 내심 궁금했다.
다음날, 그 궁금증은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인상 좋은 한 할머니가 풀어놓는 삶의 이야기는 인간적 눈으로는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그것도 고통의 처참한 시간들을 환히 웃으며 풀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계속 나 자신을 대입시키고 있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난 나에게 작은 상처 준 이들조차 용서 못하는데, 저리 쉽게 말할 수 있을까?’
흐름이 끊어질까 그저 듣고만 있다 조심스럽게 “상처를 준 이들이 원망스럽지 않냐”고 물었다.
“오히려 그들이 나 때문에 상처받았을까봐 그들을 위해 기도했지. 그리고 미움 대신 사랑을 달라고 주님께 청했어. 그렇게 기도하면, 이내 원망이나 미움은 사라지고, 마음이 평화로워져.”
‘아…’. 글로만, 입으로만 ‘사랑, 용서, 감사, 희생…’이라고 외치며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취재를 떠나 같은 신앙인으로서 물었다. “믿음이 무엇일까요.”
“글쎄, 믿음은 지금 당장 보이진 않지. 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너무 행복해. 왜냐면 힘겹고 고통스러울 때, 항상 주님께서 함께 해주셨거든. 난 지금 이 순간도 주님께서 함께 숨쉬고 곁에 계신다고 믿어. 난 행복해.”
돌아오는 길,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난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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