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은 개성공단에 설치되어 있는 남북경제협력사무소의 남한측 근무자 추방과 서해상 미사일 발사로 신정부의 대북정책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신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하여 관망하는 자세를 보여 왔으나,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와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핵문제와 개성공단 사업 확대 연계 발언을 계기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직접적인 압박 행동은 상호주의를 천명하고 있는 신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강한 불만을 바탕으로 신정부 대북정책 의지를 시험하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전술적 선택으로 보인다. 이러한 북한의 행동은 신정부 출범과 함께 예견되어 있었다.
북한은 대남 압박 카드가 필요할 경우 핵문제, 미사일, 서해 NLL, 개성공단과 경협, 이산가족 상봉을 주로 활용해왔다. 북한은 최근 이산가족 상봉을 제외한 나머지 카드를 일시에 꺼내들어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제 북한의 행동에 대하여 신정부가 반응하고 답을 주어야 할 시기다. 정부는 북한의 시험에 대하여 준비되어 있던 답변과 행동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시험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기선을 제압하려는 북한의 기세에 강경하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전달했는가에 대해서는 평가를 유보해야 할 것 같다.
신정부는 상호주의를 대북정책의 근간으로 제시하면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북한인권과 같은 인도적 문제의 해결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출범 이후 현재까지 대북정책의 구체적 실행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신정부 대북정책의 실행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대북정책의 총괄적인 마스터플랜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갖게 한다. 대통령 선거기간과 당선자 시절에는 대북정책에 대해서 이전 정부와는 차별화된 분명한 목표와 성과를 제시하여 국민적 지지를 받았으나, 집권 이후 막상 대북정책을 담당해보니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와 접근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방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정권 교체 이후 대북정책이 변경되었으나, 협상의 상대방인 북한은 변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북정책의 성과는 일방의 변화된 태도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대북정책의 핵심은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제시하고 그 방법을 천명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유도전략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것에 맞추어져야 한다. 국민들은 신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대북정책의 목표와 접근방법에 대해서 적극 지지를 표명하였지만, 어떠한 실천계획과 수단을 통해서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갖고 있다.
신정부가 추구하는 실용주의는 절차와 수단의 합리성과 목표달성 수준에 의하여 평가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대북정책의 평가는 절차와 수단의 합리성은 상호주의를 일관되게 유지했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목표달성 수준은 신정부가 대북정책의 구체적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비핵과 개방, 그리고 국군포로와 납북자, 북한인권과 같은 인도적 문제의 해결 수준으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현재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농축우라늄 부인, 서해 NLL 문제 거론, 개성공단 경협사무소 직원 추방 등 일련의 사태는 신정부의 대북정책 수단과 달성목표의 간격을 벌리려는 고도의 심리적 전술로 이해해야 한다. 이것을 빌미로 대북정책의 달성 목표에만 지나치게 집착하여 상호주의라는 절차적 합리성을 폐기하거나 대북정책의 목표수준을 하향 조정하려는 유혹은 단호히 배격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한국에 새로운 정부가 등장하거나 중요한 선거가 실시될 경우 어김없이 한국국민과 정부를 상대로 고도의 심리적 개입을 해왔으며, 그 성과는 결코 작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적 지지를 받은 국정철학을 바탕으로 대북정책의 일관된 집행을 유지해야 한다. 대북정책의 일관된 집행은 구체적 목표로 제시된 성과를 달성하는 지름길이며 국민적 동의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경색된 남북관계의 국면전환을 위하여 정부가 원칙을 지키지 못할 경우 국민들의 기대는 불안과 불신으로 전환될 것이다. 북한의 압박과 시험이 이어질수록 정부는 원칙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천명하고 사안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수단을 밝혀야 한다. 국민들이 ‘유연성을 갖춘 실용주의’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빌미로 한 무원칙적 대응’ 을 구분하는 지혜의 눈을 갖고 있음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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