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내어 어서 일어나시오. 그분이 당신을 부르십니다.”(마르 10, 49)
신학교 입학면접 당시, 원장신부님이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왜 사제가 되려고 하나?” 그 질문에 아무 망설임 없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는 사업가가 되어야지”라고 원장신부님이 말씀하셨다.
그런데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라고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가난한 이들을 기쁘게 하고, 병을 낫게 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어린 시절 나에게 꿈속의 한 장면처럼 멋있었고 설레게 만들었다. 뒤처지고 모자란 사람들과 함께 하신 예수님의 삶은 동경과 부러움을 넘어 어떤 삶을 살아야 할 지의 구체적인 목표가 되었다.
한때는 내가 어떻게 사제가 될 수 있을까하는 자격지심에 스스로를 탓할 때가 많았다. 내가 무슨 훌륭한 능력이 있고, 가진 것이 많아 주님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부족한 이로서 나와 같은 이들을 위해 부름을 받았을 뿐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 가운데서 뽑지 않으셨다. 부족하고 손길이 필요한 이들이다.
그래서 조금 부족하고 모자라도 괜찮다. 예수님이 그러셨듯이 그들의 가난함과 부족함에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그를 불러 오시오”(마르 10, 49)라는 심부름을 할 역할이면 충분하다. 내가 잘나고 가진 게 많아서 도와주는 것이 아닌, 그들에게 다시 일어서고 용기를 내게 할 수 있는 말씀을 전해주고 싶을 뿐이다.
비록 지금은 많이 모자라지만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은 생각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힘을 내어 어서 일어나시오. 그분이 당신을 부르십니다.” 이것은 부족한 나에게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이오, 내가 이웃에게 전해 주어야 할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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