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의 창’이란 칼럼의 원고 청탁을 처음 받았을 때 이 칼럼의 의미는 “‘노아의 방주’에서 따온 것으로 가톨릭 정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의미”라는 설명을 들었다.
노아의 방주는 하느님께서 타락할 대로 타락한 이 세상을 벌하시기 위해 홍수를 내릴 때 노아와 그 가족 그리고 “하느님께서 노아에게 명령하신 대로, 모든 살덩어리들의 수컷과 암컷”(창세 7, 16)이 노아가 만든 방주에 들어가 멸망의 재난으로부터 보호를 해준 배이다.
그렇다면 가톨릭 정신, 구체적으로 가톨릭 교회가 신자들의 방주인 셈이고 가톨릭교인인 필자는 방주 안에서 인류를 멸망시키는 홍수는 아니라하더라도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는 듯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한국교회 내 여성의 위치
그런데 가끔 필자는 ‘나는 정말 방주 안에 있고 보호를 받는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필자 개인의 교회 안에서의 위치보다는 한국 교회 안에서의 열악한 여성의 위치를 볼 때 드는 마음이다.
2008년 여성 판검사 임용 비율이 사상최대로 임용 비율의 절반을 넘었고, 또 다른 전문직인 의학 분야에서 여대생의 비율이 40%를 넘었다고 한다.
전국 여대생의 비율이 2000년 이후에는 45%를 넘어섰고 대학교의 경우에 심심치 않게 총학생회장에 여학생이 선출되고 있다.
이렇게 남성들에 못지않는 대등한 역량을 발휘하면서 사회 발전에 이바지 하는 여성들과 남성들과 동등한 고등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늘어가고 있는데, 보호처요 안식처인 방주로서 한국 가톨릭교회 내에서 여성들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묻고 싶다.
얼마 전 한국 가톨릭교회 내 여성의 현주소에 관한 기사에서도 지적된 사실이지만, 가톨릭교회 내에서 여성들은 거의 모두 배 밑바닥에 있는 삼등 칸에 모조리 탑승시켜 허드렛일을 전담하게 하는 듯하다.
성경에서 노아의 방주에 대한 내용을 보면 하느님께서는 분명히 인간이건 짐승이건 둘씩 짝을 지워 태웠다. 그런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남자들과 수컷들은 일등칸에 타고 그들의 짝들은 한데 몰아 배 밑 바닥에 있게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물론 노아의 방주가 일등칸, 삼등칸 구별이 있는 큰 배였냐고 질문하는 독자에게는 할 말이 없다. 방주에 탄 사람들은 지상에 닥친 재난에 남녀 구별 없이 배를 운행하고 그 안에서의 삶을 영위하는데 함께 지혜를 모으고 힘을 모았을 것이다.
낮은 데로 임하신 주님
그런데 예를 들어, 방주라고 해서 들어왔는데 자신과 같이 사법 연수를 받았던 남자 동기생은 남자라고 해서 성체 분배권도 있는데 여성이라고 해서 자신에게 같은 권리가 거부된다면 그 여성은 사회 내에서의 평등만큼도 보장하지 못하는 교회를 보호처요 피난처라고 여길 수 있을까 싶다.
이 여성이 겸손과 순명의 이름으로 삼등칸에 머물며 낮은 데로 임하신 주님을 닮는 법을 배워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가 남성 중심적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 구조와 장치들을 교회가 그대로 답습하여 오히려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교회는 여성에게는 더 이상 방주가 아니고 교회 밖의 사람들은 방주의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을 밖에서 보면서 답답해하고 안됐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물론 교회 내에서의 여성의 위치문제 때문에 한국 가톨릭 교회가 더 이상 방주가 아니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교회 내의 많은 여성신자들을 고려할 때 방주의 창”이란 칼럼명에 함축된 교회의 자기 정체성이 참으로 실현되려면 교회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민감하게 의식하고 있어야한다.
위에서 언급한 통계대로라면, 한국 사회의 지도층에서의 여성들의 위상은 오래지 않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사회 상황에 맞추어 교회가 방주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교회 내에서의 여성의 위치, 여성의 역할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하고 교회 내에서의 남녀 평등을 위해 제도적 차원에서의 구체적 실행들이 뒤따라야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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