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광고 선전문의 헤드라인에서 “프로는 아름답다”는 문장을 본적이 있는데 가끔씩 그 문구를 떠 올릴 때마다 감사로운 마음과 함께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어느 해, 수녀원에서 초중고생들을 위한 큰 행사에 초대하기에 쉽지 않은 유명 대형가수 한 분을 초대했었고 그분은 많은 공연 일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 초대에 응해주셨다.
그런데 그분의 화려한 공연 경력에 있어 그런 무대는 처음 접하셨을 것이다. 대상은 초?중?고생이요, 무대는 학교 강당을 이용한 무대로 음향이나 마이크 시설도 우리 수준에서 준비한 것이어서 그분의 유명세와 대형가수로서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무대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무대에 오르자마자 금방 분위기를 파악하고 행사장에 모인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어 노래하기 시작했고 초등학생들부터 중?고생들의 불꽃 타는 함성 속에 서로 하나가 되어 화려한 무대를 만들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날 준비해온 공연 내용들을 무대 위에 오르자마자 취소하고 매니저와 단 한번의 눈 맞춤으로 학생들에게 맞는 공연으로 바꾸었다는 것이었다.
진정한 프로는 조건이나 대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지닌 마음이다. 어떠한 조건이든 그 조건을 긍정적으로, 창조적으로, 사랑을 잉태하는 조건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프로가 아름다운 이유는 여기에 있고 그래서 “프로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기도실 창 너머로 백목련이 눈부신 오늘, 그분을 위해 기도의 촛불을 밝히며 주님을 향한 나의 매일의 삶도 ‘아름다운 프로’여야 한다고 다짐해 본다.
최안젤라(쎈뽈 디자인 연구실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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