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서 사제 성소의 모델이자 초기 성소계발의 실질적 주체는 본당 신부와 가정 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최근 서울대교구 성소국이 통합 사목연구소에 의뢰, 연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성소자들은 가장 먼저 본당신부를 통해 성소를 자각하고 사제의 꿈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족 중에서는 부모님의 기도와 정신적 지원이 성소자 스스로의 준비와 노력 다음으로 중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는 매년 성소주일이 돌아올 때 마다 예비 신학생 모임 이전에 본당신부와 가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본당 신부는 성소의 출발점이고, 성소자들에게 영적 안내자이자 멘토(mentor)다. 그러므로 교구는 본당신부의 역할을 돕거나, 성소계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그들이 더욱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설문에서 사제들이 직접 제안하였듯이 성소계발 체계를 ‘가정-본당-교구-신학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가 되도록 매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가정의 중요성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기도하는 가정에서 기도하는 자녀, 기도하는 사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본지의 판단이다. 부모들은 더 나아가 기도와 정신적인 관심 외에도 자녀들의 성적관리와 본당생활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학교 성적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신학교 입학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고, 본당생활은 성소의식을 분명히 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까닭이다. 이를 위해 성소국이 예비신학생 부모들을 위한 가칭‘성소육성(관리)지침’을 마련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자녀가 선택한 사제직과 그 양성 체계에 대한 부모들의 이해가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국교회의 사제성소(대신학생 기준)는 지난 13년간(1994~2006)은 완만한 하강세를, 지난 5년간(2002~2006)은 1300명-1400명 사이에서 횡보 양상을 보여 왔다. 적어도 현 지표상으로는 당분간 한국교회 사제 성소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경제성장, 이로 인한 의식변화, 종교에 대한 관심 감소,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 축소, 성 개방, 출산율 저하 등 외국 교회 사제 성소 급감 원인의 징후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교회는 앞으로 아시아 선교 등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사제 성소 문제를 단순히‘먼 산의 불’이 아닌 ‘발등의 불’로 인식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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