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의 발달은 의학을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수준과 단계를 넘어 생명의 신비 영역까지 인간의 이성과 기술로 밝혀내려는 시도를 촉발해왔다. 하지만 생명의 신비는 단지 생물학적인 메카니즘에 머물지 않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차원까지도 지닌 존엄하고 신성한 영역이다.
오늘날 의학과 과학의 발달이 자칫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는 이유는 이처럼 신비의 영역을 단순한 생물학적 탐구로 밝혀내고 조작할 수 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가톨릭중앙의료원이 발간한 ‘가톨릭 의학윤리 지침서’는 의학과 생명 문제에 관한 제반 영역에서 자칫 인간이 범할 수 있는 오류와 가치관의 문제를 가톨릭의 윤리관에 입각해 그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질병 예방과 퇴치에 있어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룬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과학과 의학 기술의 발달에 준하는 생명윤리 의식의 진전이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크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는 전에 비해서 생명의식이 퇴색하고 희미해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미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됐었던 배아줄기세포 연구 문제나 안락사, 유전자 조작, 장기이식 등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문제들을 이제는 의료 현장에서 수시로 부딪히게 됐다. 지침서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올바른 시각과 대처 방안들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의학윤리가 궁극적으로는 생명윤리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의학은 육체 뿐만 아니라 영적인 차원을 지닌 존엄한 인간 생명을 다루는 것이기에 의학윤리는 곧 생명윤리가 아닐 수 없다. 생명윤리는 곧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
생명윤리는 나아가 의료 현장의 윤리요 지침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삶을 인도하는 생명의 지침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를 퇴치하고 인간 생명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모든 활동들에 있어서 생명윤리는 그 바탕을 이루는 것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차제에 발간된 이 지침서가 교회 내의 의료 기관들 뿐만 아니라 교회 밖의 모든 의료 현장, 그리고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숙고하는 생명의 교과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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