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라 빛 어둠의 빚장을 열고/ 새벽을 밝히는 나의 가난한 기도는 / 세상을 향해 내가 순수로 타는/ 사랑의 작업이다
세상은/ 사랑의 조각들로 이어진 / 하느님의 거룩한 성체/ 내가 세상이고/ 내가 하느님이고/ 내가 성체가 되고/ 내가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자리/ 하느님의 위대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거룩한 자리/ 말씀이 사람이 되는 자리/ 낮은 자리.
침묵의 산이 깊고 높아지는 시간/ 심장의 고동도 거대한 침묵의 바다에 잠기고/ 홀로 밤새워 드리는 기도/ 한계를 안아 들이며 겸손을 잉태하는 자리/ 기다림을 배우며 고통을 품는 자리/ 진리를 선택하여 정의를 실천하는 자리/ 지혜를 찾아 넉넉함을 베푸는 자리/ 용기를 재촉하여 온유를 선물하는 자리/ 열정을 쏟아 창조하고 사랑과 기쁨을 나누는 자리.
살아있음으로 해서/ 은혜로운 만남을 선물로 받는/ 나의 나날은 축복이며 눈부심이다/
어둠이/ 세상의 번뇌와 상념을 안아 들여 잠재우는 시간/ 갈망의 산에 올라/ 비우고 채우며/ 다시 비우고 채우는 자리.
깊고 깊은 관상의 바다를 건너온/ 자비의 바다, 생명의 바다에/ 때 묻은 영혼을 씻으며/ 정갈한 새벽을 여는 자리/ 비로소 하느님 앞에 ‘나’로 머무는 자리/ 사랑만이 남는 자리/ 내 영혼의 쉼자리.
이슬 맺힌 새벽길을 달려오신/ 부활하신 예수님의/ 눈부신 흰 옷자락 끝에 묻어나는/ 사랑의 빛- 빛이 있어/ 그 빛을 사랑하고/ 빛 속에 내가 은총으로 머무는 투명한 시간/ 나는 영원을 향해 거울처럼 서서/ 예수가 남긴 유산-오직 사랑하는 일.
“예수처럼 사랑하는 일” 만이/ 내 업이며 천직임을 감히 깨닫는다.
최안젤라(쎈뽈 디자인 연구실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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