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자살소식이 자주 들린다. 통계청에 의하면 2006년 현재 10만 명 당 26명이 넘는다고 하고, 최근 10년 동안 자살하는 사람들은 주로 사회적 약자, 소외층의 사람들이라고 한다.
환갑을 넘긴 노인의 자살은 10년 만에 4배나 늘었고, 경기침체로 자살하는 사람들도 2.4배가 늘었다고 한다. 또한 남성의 자살률(34.9명)이 여성(17.3명)의 두 배이며, 40대 남성의 자살률은 여성의 2.7배, 50대 남성은 3.4배로 실업 등의 경제적 상황의 악화가 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한창 바쁘게 일하면서 인생의 절정기의 행복을 누릴 중장년의 남성들이 스스로들 목숨을 포기하는 것으로 읽혀진다.
누구든 자신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없다. 사람이 자살을 선택했을 때에는 아마도 스스로가 쓸모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이거나 ‘유용한 인간’임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오랫동안 사회에서 쓸 만한 존재로 인정을 받거나 끼워 맞추는 답이라도 찾아보려고 처절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누구로부터도 이용될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었을 때 엄청난 절망의 구렁에 떨어졌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이익을 올리는 일에, 돈 되는 일에 당장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내쳐졌는지도 모른다.
누구보다도 성실했고 뛰어난 능력은 없지만 묵묵히 일했던 사람들이, 빠르고 쉬운 이윤 증대의 제물이 되어 잉여존재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경제규모는 전 세계의 11위, 지난 해 말에 이미 국민소득 20000불을 넘었다. 하지만 우리의 인간답게 살 권리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도 너무 자주 보이고 희망을 포기한 사람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나름대로 자기 몫을 하면서 건강하게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 사람들에게 허락된 일자리는 너무나 없다. 시간이 가도 실업률이 낮아지기는 커녕 점점 더 높아간다.
생존을 위해 감축을 해야 하고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얘기는 너무나 당연한 우리시대의 진리가 되었다.
다수를 위한 결정이라는 명분에 쫓겨나도 할 말이 없다. 기업들은 수시로 덩치를 줄이거나 문어발을 잘라내는 식의 감량을 과감하게 하고 있지만, 사실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나는 실직자의 고통을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르겠다.
다른 모든 조치를 다해보고 마지막에 해야 할 사람에 대한 구조조정이, 다른 조치 이전에 가장 빈번히 수월하게 행해지는 이 현실에 대해 우리는 침묵한다.
길거리에 넘쳐나는 실업자들과 도서관에 넘쳐나는 청년들을 보면서도 어느새 우린 이 고통에 무감해져 가고 있다.
이 잉여존재에 대해 이제는 게으르다고, 무능하다는 도덕적인 비난도 함께 하면서….
교회에서는 근대사회가 시작되면서 이미 레오 13세의 ‘노동헌장’(1891)을 통해 인간노동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노동을 통해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닮아간다고 하였으며, 노동을 통해서 인간은 창조주의 작업을 “어떤 의미에서 더욱 더 개발하고 완성하면서” 이 작업에 동참하기도 한다고 가르쳤다.
그래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일도 인간의 인격적 자아실현이 되고, 똑같이 가치로운 것이라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에서는 노동을 인간의 의무와 권리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명예로서 보고 있으며 인간은 노동하도록 은혜를 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 때문에 사회는 일을 할 충분한 기회를 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 잔인한 승자독식의 시대에 교회의 가르침은 멀리서 비추는 등대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생산과 효율만을 중시하면서 “살아남는” 것만을 고민하는 시대에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제시하는 교회의 이런 가르침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돈이 안 되도 성실하게 묵묵히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인정해주는 교회 속에 존재하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그런데 요즘엔 이런 가르침이 공허해보이기 시작한다.
이 시대에 교회의 가르침은 더 빛나야 하는데, 교회 안의 우리는 오직 자신만의 신앙 안으로만 숨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숨바꼭질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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