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미국을 엿새간의 일정으로 방문했다. 우리는 교황의 미국 방문을 보면서 두 가지, 사목적인 면과 정치적인 면에서 그 의미와 기대를 볼 수 있다.
우선 교회적인 입장에서 이번 순방을 통해서 교황은 미국교회의 장래에 대한 명확한 지침과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 사목적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평가, 해석된다.
하나는 미국 교회 사제들의 아동 성 추행 문제에 대한 교황 나름대로의 해결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교회는 지난 6년 동안 이 추문으로 인해 큰 고통을 받았고, 이제 미국 교회는 이 과오를 딛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받고 있다.
교황은 자신의 순방 기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이에 대한 유감과 겸허한 사과의 뜻을 표명했고 이러한 모습은 미국 교회의 반성과 성찰의 진정성에 신뢰를 주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교황은 미국 교회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는다.
두 번째 사목적 의미는 미국 교회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교황이 이미 오래 전부터 강조해오던 상대주의와 세속화에 대한 경계와 정통 신앙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다. 교황은 따라서 미국 교회가 이제 자신의 정체성에 바탕을 두고 국가와 사회, 인류의 참된 소명에 헌신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명의 실천은 공적 영역 안에 복음의 가치를 심어야 한다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비록 이번 순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교황 순방의 정치적 함의에 대한 성찰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예컨대, 이라크전이 지니는 도덕적 정당성의 부재 문제는 가톨릭교회가 미국 정부에 대해 상당히 날카롭게 비판을 하던 부분이다. 이번 순방에서 구체적으로 언명되지는 않았지만, 이라크전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여전히 매우 비판적이다.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에서 복음과 사회교리적 입장에 바탕을 두고, 다양한 국제 문제들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교황청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고, 나아가 정의와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미국이 적극 참여해주기를 교회는 기대하고 있다. 이번 순방 기간 중 교황의 강론과 연설들의 행간에는 이러한 촉구들이 깃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미국 교회는 가톨릭교회의 정의와 공동선에 입각한 이러한 호소들을 결코 소홀히 여겨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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