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엿새 동안 미국 방문은 다양한 화제를 남겼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내외가 취임 후 처음으로 직접 공항에 영접 나오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교황에 대한 존경의 의미라 하니 가톨릭 신자로서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또 세계 주요 언론들이 앞 다퉈 이번 방미를 대서특필했으며, 교황의 행보는 연일 TV에 생중계 됐다. 이 기간 중 교황은 수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미사를 집전했고, 미국 내 타종교 지도자들과 종교간 대화도 나눴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미국 방문에 담긴 의미와 성과는 크다. 무엇보다 교황은 미국 사제들의 아동 성 추문을 인정하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교황은 워싱턴으로 가는 비행기 안과 16일 미국 주교들과 함께 한 기도회에서 아동 성추행 문제에 대해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며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교황이 먼저 나서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공식 사과하고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이다. 한 발 더 나아가 파문을 일으킨 미국 가톨릭교회에 대해 거듭 질타하고 아동 성추행 예방을 위한 교회 쇄신을 요청했다.
미국 성직자들의 성추행 문제는 2002년 보스턴대교구에서 처음 불거진 이래 5000건을 넘었으며, 미국 교회의 재정적 위기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은 성추행 파문으로 깊어진 미국 내 가톨릭교회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이번 미국 방문은 교황 즉위 후 처음으로 이뤄졌다. 다른 주요 현안들도 많은데 우선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진솔한 반성을 통한 교회 쇄신과 변화의 필요성 때문이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깨어 일어나길 바라는 교황의 간절한 염원은 아닐까.
미국 땅에 첫 발을 내디디며 “나는 친구이자 복음의 전도사로서 미국이란 거대한 다원주의 사회를 깊이 존경하는 사람으로 왔다”고 소감을 밝힌 교황과 여기에 화답하듯 “교황께서는 미국이 신앙의 역할을 반기는 나라임을 발견하실 것”이라며 미국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희망한 부시 대통령.
1979년 요한 바오로 2세 방미 이후 30여 년 만에 성사된 뜻 깊은 이 역사의 현장을 지켜본 신자들과 전 세계인들은 가톨릭교회의 정통성과 저력을 충분히 실감했으리라 짐작한다. 세계 최강대국 심장부에서 테러 반대, 인권과 종교자유, 국가 간 분쟁 해결,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천명한 교황의 방미는 이 시대 평화 수호를 위한 순례의 여정이었다. 세계 어느 국가 지도자도 감당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했다.
현재 미국은 이라크 문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교황은 ‘평화의 사도’로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에 인류 평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했으며, 미국 내 가톨릭교회의 결속과 화합을 다졌다. 또 세계 가톨릭교회 수장이면서도 가장 낮은 자세로 미국 교회의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청했다.
이는 교황의 용기와 결단이라 생각한다. 용기와 결단이야말로 고난의 벽을 뛰어넘게 하는 동력이다. 교황의 이번 방미 주제였던 ‘그리스도 우리의 희망’처럼 오로지 그분만을 믿고 따르려는 각고의 노력과 희생이 선행될 때 시련의 바다를 기쁘고 행복하게 항해할 수 있다.
부활의 희망과 기쁨을 체험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성찰과 쇄신을 통해 진정한 하느님 나라 건설에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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