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사정이 심상치 않다. 최근 민간단체가 주최한 북한식량 위기에 대한 토론회에서 북한에 대량아사 사태가 발생될 것이라는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대립되었다. 어느 주장이 맞는 것인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의 식량 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식량부족 사태는 우리 사회에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도적 지원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지금처럼 북한이 식량위기를 겪고 있을 때 과감하게 조건 없이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도주의도 상대방이 지원을 요청할 때 검토할 수 있는 것이며, 더구나 대북 인도적 지원은 상호주의 차원에서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 등 남북 인도적 사안의 해결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의 근간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호주의와 갈등 관계에 있다. 엄격한 의미의 인도적 지원은 조건 없는 지원을 의미하기 때문에 상호주의와는 함께 하기 어렵다. 이런 논란 속에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순방 중 대북 식량지원은 상호주의에 구애받지 않고 인도적 문제로 다룰 것임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주민의 식량위기는 인도적 지원 대상이기 때문에 비핵진전이나 경제협력과 구분돼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하여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남북관계의 개선과 북한의 개혁 개방은 상호주의 원칙이 지켜질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진전도 통일과 남북 사회통합을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북한이 텅 빈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통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주민의 대량 아사와 대규모 탈북으로 북한주민들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통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통일은 적어도 북한주민이 북한지역에 생활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통일은 남북한 정치 지도자의 합의문이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남북 통일은 남북한 주민들의 마음이 열려야 한다.
사람의 통일이 진정한 통일이다. 우리는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제도적 통일보다 사람의 통일, 상호존중과 감사의 마음이 더욱 중요함을 배웠다.
북한의 식량부족과 경제적 어려움은 우리들이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어렵고 힘들 때 손을 내밀고 도움의 손길을 주는 것이 진정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식량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인도적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남북한 상호 해결해야 할 사안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식량 등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는 철저한 상호주의 입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식량제공을 하더라도 조건이 부과되지 않을 경우 그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대규모 지원을 할 경우 그것이 인도적 사안이라 하더라도 남한의 정치 환경을 고려하여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 등 남북 인도적 사안의 진전을 희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북한주민들의 민심을 얻을 기회를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상호주의와 인도적 지원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규모는 지난 시기의 지원수준을 넘을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주민들의 민심을 얻는 것이 통일과 사회통합의 지름길이다. 그러나 북한의 민심은 한국정부만이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주민들에게 남한에서 보내온 쌀과 옥수수는 그것이 정부에서 보내온 것인지 민간단체에서 보내온 것인지 중요하지도 않고 구분되지도 않는다. 다만 자신들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서 남한에서 보내온 것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이제 상호주의 원칙에서 자유로운 민간에서 나서야 한다. 지난 정부시기 대북 인도적 지원에 집중하던 민간단체들의 활동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대북지원 단체 관계자들의 인식이 바뀌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 동안 민간의 대북지원 금액의 상당액은 매칭펀드 방식에 의하여 정부가 부담하여 왔다. 이제 그것이 주어지지 않는다하여 대북지원에 소극적이라면 대북지원 민간단체의 정체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정치적 환경 때문에 제약이 있는 바로 지금이 민간이 더욱 열중해야 할 때다. 이제 인도주의와 상호주의 모두 북한주민의 민심을 얻는 데 기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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