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에 머무른 사랑, 그 안에 머물고 싶어라”
사제로 살면서 마음 속에 항상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는 글에 대해서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어떻게 써야 하나 망설여졌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망설여지고 쑥스러운 생각이 든다.
나의 사목모토는 성경구절이 아니다. 난 서품을 앞두고 뒤늦게 깨달은 것을 그렇게 서품 상본에 써 넣었다.
사실 이 말을 처음부터 내가 항상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살아야 할 글귀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 글귀를 내 마음속에 항상 간직하고 살고자 선택했던 것은 사제수품을 앞두었던 신학교의 마지막 학기 10월 피정 중이었다. 그 때에는 마음이 상당히 복잡하였던 시기(몇몇 동기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였다.
저녁기도 전 복잡한 마음 때문에 마음이 모아지지 않아 산책을 하던 중, 신학교 운동장 근처를 지나갈 때였다. 앞산에 노을이 내려앉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위 위에 앉아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머릿속에 “아! 바로 이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집도, 축사도, 공장도 그대로 노을 속에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지 않는가?
그래, 하느님 사랑이 바로 저런 것이었구나! 사제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내 자신으로 있으면서 그저 하느님 사랑 속에 살아가는 것이었구나!
다 허물어지는 집이든 돼지우리든 시끄럽게 뛰어다니던 개면 어떠냐.
그저 하느님 사랑 속에 머무를 수 있다는 그 자체가 행복인걸. 그 자체가 기쁨인걸.
이것이 바로 내가 살아가야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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