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어 인사를 하게 되면 정해놓은 질문처럼 “수녀님은 뭐하세요?”라고 한다. ‘내가 누구인가’보다는 ‘뭐하는 수녀인가’가 더 궁금한가 보다. 그런데 그건 나한테만 하는 질문은 아닌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구인가보다는 뭐하는 사람인가에 관심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인사 아닌 인사가 되어버린 거다. 참 씁쓸한 현실이다.
‘수녀님은 뭐 하세요?’라는 첫인사(?)에 나는 늘 ‘노동자예요’라고 대답하는데 그건 내가 땀 흘리는 노동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 때문에 공사현장을 자주 드나들게 되는데, 어느 성당의 작업 현장에서 허리 굽은 칠순이 훨씬 넘은 어르신을 만나게 되었다.
건축자재들을 미리 챙겨 놓고 자질구레한 일들을 정리하며, 누군가 잊고 챙기지 못한 일들을 뒤에서 말없이 마무리하시는 모습이 늘 눈에 띄었고 아름다워 보였다.
어느 날 그분께서 나에게 건네는 첫 말씀이 “수녀님은 이슬을 먹고 사는 천사같아요”였다. 내가 뭔가 먹는 걸 못보신 탓인가? 그런데 다음 말씀.
“내가 오늘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요”하신다. 그래서 기꺼이 따라 나섰는데 간판도 잘 보이지 않는 허름한 식당에서 2500원짜리 자장면을 시켜 함께 먹으면서 하시는 말씀. 며칠 전부터 자장면을 사 주고 싶어서 여러 번 별렀는데 거절하면 민망해서 어떡하나 하셨다고…. 그날 헤어지면서 하신 마지막 말씀이 지금도 가슴에 남는다.
“수녀님도 사람이네요.” 자장면을 맛있게 먹는 내 모습이 천사가 아니라 사람이어서 가까움을 느꼈다고! 자장면을 먹을 때면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묻지 않은 유일한 그 어르신이 생각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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