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교구가 교구설정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신자 신앙의식 조사보고서’는 오늘날 한국교회 신자들의 영성과 신앙생활 현주소를 확인시켜주는 귀한 자료다. 비록 지역 교회에 국한되긴 했지만, 주요 설문 항목들이 신앙생활 일반에 관한 내용들이어서 한국교회 신자들의 의식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으로 본다.
우리는 이번 조사 결과 가운데 특별히 두가지에 주목한다. 신자들의 가정 및 성윤리 의식과 쉬는 신자 문제가 그것이다.
‘이혼’ ‘혼전동거’와 같은 가정 및 성윤리 의식에서 신자들은 비신자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혼’의 경우 찬성하는 의견이 다른 유사한 조사에 비해 매우 높게 증가했다. 교회에서 혼인은 성사(聖事)다. 혼인성사로 맺어진 부부는 어떠한 이유로도, 소위 세속적 의미의 이혼을 할 수 없다. 따라서 교회는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혼인무효를 인정할 뿐이다. 이혼급증이 어제 오늘의 사회 현상은 아니지만, 가정윤리의식과 관련해 천주교 신자로서의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개인주의, 물질주의가 교회 깊숙이 침투해 들어온 결과다.
신자들은 그러면서도 ‘이혼자들을 이해하고 편견없이 받아들이기 위한 교육과 배려’가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또 ‘성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회법적 절차를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현실적이고 시급한 일들임에 틀림없다. 아울러 ‘성사’로서의 혼인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일도 교회의 과제다.
이번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5.7%가 냉담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이유다. 냉담의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이 ‘여가와 취미생활 등 개인생활 때문’이다. ‘신앙에 대한 갈등과 회의 때문’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가톨릭신문 창간 80주년 기념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에서 ‘생계나 학업’이 냉담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혔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냉담이 사회구조적인 요인 보다 지극히 개인적인 원인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신앙의 개인주의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신자재교육을 통해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성 안에서 실현되고 완성되는 신앙의 진면목을 확인시키고 신앙의 공동체성을 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냉담자 회두 못지않게 냉담을 예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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