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 혹은 추상화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그리 친근하게 느껴지는 단어는 아닌 것 같다.
나와 거리가 먼, 그래서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
때문에 추상화를 대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상하기를 부담스러워(?)한다.
어느 날 몇몇 고등학생들과 전시장을 찾았다.
한 친구가 “수녀님 저게 그림이예요? 낙서만 잔뜩 해 놓았잖아요. 무얼 그린 거예요?”라고 한다.
또 어떤 친구는, “나도 저 정도 낙서는 쉽게 할 수 있겠다”고 한다.
추상화는 형태가 없다.
가장 본질적이고 영원성인 단순한 선과 면, 점으로 어우러져 자유롭게 표현되어 있다.
대상의 형태가 없음은 곧 깨어짐이고,깨어짐은 곧 자유로움이다.
그래서 추상화는 깨어짐의 자유로움이며 깨어짐의 아름다움이다. 조각난 면들과 짧고 긴 선들과, 크고 작은 점들이 아름다운 색채와 함께 어울려 환상적인 모습, 곧 내적 자유로움의 극치인 추상의 아름다움을 잉태해 내는 것이다.
추상화는 고정되거나 일관된 느낌이 아니라, 어제 본 느낌과 오늘 본 느낌이 다르고, 시각의 차이에서도 다르다.
하나의 그림은 다양한 변화의 느낌, 영원성의 느낌을 가져다 준다.
우리가 누구를, 무엇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러해야 된다.
인생은 한폭의 추상화다. 삶의 여정에서 깨어짐을 아는 사람만이 자유로움을 안다. 깨어짐과 자유로움을 사는 사람만이 아름다운 추상의 삶을 영위할 줄 안다.
조각조각이 이어져 아름다움을 창출해내는 스테인드글라스를 바라보며 앞으로의 내 삶을 조각한다.
최안젤라(쎈뽈 디자인 연구실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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