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친일인명사전 수록 대상자 명단’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교구가 즉각 성명서를 내고 “친일 인사로 발표된 가톨릭 인사들이 우리 민족에 어떤 해를 끼쳤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며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친일인명사전 수록 대상자 명단에는 한국인 최초의 대주교인 노기남 전 서울대교구장과 장면 전 총리 등 가톨릭계 인사 7명이 포함됐다.
명단을 공개한 민족문화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일본 제국주의의 국권 침탈과 식민통치, 그리고 침략 전쟁에 적극 협력해 우리 민족과 다른 민족에게 피해를 끼친 자”라는 기준에 따랐다고 밝혔다. 또 객관성과 엄밀성을 사전 편찬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았다고도 했다.
지난날의 역사를 바로 평가하자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과거의 사실을 통해서 오늘의, 미래의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편찬위원장의 말에도 공감한다.
그러나 인간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 만으로 재단할 수 없듯이 역사도 마찬가지다. 역사는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리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갔던 인물들을 친일이냐 아니냐는 식의 이분법적인 잣대로 단정짓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접근이다. 이러한 논리로 명명백백한 ‘친일’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이분법적인 단순 논리로 친일로 몰아세우는 것도 지극히 위험한 역사인식이다. 그런 점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단편적인 면만 보고, 실제로 그들이 일제 치하에서 어떤 희생과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없이 친일이라고 판단내리는 것은 너무나 가벼운 판단”이라는 서울대교구의 입장에 동의한다.
잘못된 역사에 대한 성찰과 고발도 화합과 미래를 담보할 때 가치를 지닌다. 편찬위의 주장대로 이 작업이 ‘학술적 행위’가 되려면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친일 행각이 확인된 경우만 명단에 올려야 한다. 그래서 단 한사람의 억울한 피해자도 나오지 않도록, 그 과정에서 객관성과 진실성이 결여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판단해야 한다.
가톨릭 인사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편찬위의 기준대로 어떤 점들이 일본 제국주의의 국권 침탈과 식민통치, 그리고 침략 전쟁에 적극 협력해 우리 민족과 다른 민족에게 피해를 끼쳤는지를 객관적이고 성실하게 답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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