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대한 소위 복음화 전략은 최근 종파별로 상이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각기 다른 종파들은 유아 및 청소년들에 대해, 가정에 대해, 혹은 인재 양성에 대해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심지어 특정 종파는 정당을 만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작 천주교는 ‘우리만의 잔치’에 함몰되어 있다는 비판적인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나이 들어 세례를 받고 교회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그리스도 공동체란 그 궁극적인 목적을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복음화에 두지 않으면 친목단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권에서 그리스도인은 항상 이웃에 다가가서(reach out) 감동시키는(touch someone) 것을 기본으로 이야기한다. 서양 개신교가 주도해온 YMCA나 YWCA도 일종의 청년 문화 복음화운동의 산물이다.
반면 우리 교회 내에는 자기들만의 잔치를 위한 너무나 많은 친목단체들이 존재한다.
과거 암울하던 독재시대에 천주교회는 우리 사회에 정의구현이라는 문화를 형성시켜주었다. 그 이후에는 생명문화 보급에 열중해 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본당이나 교구나 한결 같이 교회 내부 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본당사제들은 본당에 안주하고 교계는 산적해 있는 교구업무에 짓눌려있는 것 같다. 최근에 누구도 한국 천주교회가 사회 문화의 일면을 주도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교과서적 정의에 의하면 ‘문화란 특정 인간사회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습득된 전체적인 행동으로서 세대를 거치면서 그 특정 사회 내에서의 행동과 의식을 구체화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는 모든 습득된 행동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문화의 정의에 의하면 우리 신자들의 문화는 교회에서 배워 습득된 것이다.
초대 교회는 일반인들이 부러워하고 존경해 마지않는 교회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최근 우리 교회는 신자들의 구성도 소위 지식층, 부유층, 사회지도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비율이 점점 늘어난다.
이것은 우리 천주교회의 문화가 자기만의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문화의 문제는 자기 울타리를 쌓고 남이 그 안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며 함께하는 활동에의 참여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상당수 사제들이 평신도가 교회 일에 관여하는 것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사제들이 아직도 평신도들은 사제나 수도자들이 시키는 일이나 하거나 자신들을 도와주는 계층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 교회가 한국사회의 병폐를 개선하고 특정문화를 주도해 나가려면 교회 내의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
사회적 화두인 혁신은 미래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현재를 위해서 해야 한다는 피터 드러커의 주장이 이제는 설득력을 얻을 때가 되었다.
교회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고 당장의 한국 사회를 위해 교회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평신도는 더 이상 교회의 수직적 구조의 밑바닥을 구성하는 계층이 아니다. 우리 교회의 문화가 변화되면 더 많은 평신도들이 교회 내로 들어올 것이고, 평신도 운동의 문화가 바뀌게 되면 주님께서 주신 세상의 복음화라는 사명을 수행하는 데에 좀 더 적극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제들은 본연의 사목활동에 더욱 열중할 수 있을 것이고 교회는 평신도를 한국 사회의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큰 바람을 일으키는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무하 미카엘(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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