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
우리는 어릴 적에 이 노래 소리에 눈을 뜨고, 이 노래에 발 맞추어 학교에 가고, 이 노래를 들으며 일했다. 그 시절에 잘 산다는 꿈은 곧 ‘마이 카’ 시대가 온다는 것이었다. 당시 상상할 수 있던 경제발전의 구체적 꿈이 ‘마이 카’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잘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그런 ‘마이 카’ 시대를 위해 땀 흘리던 사람들에게 잘 산다는 것은 오로지 배고프지 않게 사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공장에서 내뿜는 시커먼 매연과 기름 냄새는 묘하게도 잘 살 것이라는 징조가 되었다. 바야흐로 산업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일만 하면 배고픈 일은 없어졌다.
잘 살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들 도시로 몰려들었다. 이때부터 잘 산다는 것은 도시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되었다. 그런 필요에 따라 도시마다 고층 아파트들이 빽빽하게 들어섰고, 심지어 지방도시에는 텅 빈 아파트들이 제법 있을 정도이다.
이제 잘산다는 꿈은 좀 복잡하게 되었지만,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좋은 차다. 가고 싶을 때에 가고 싶은 곳으로, 그리고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면서 우아하게 아파트를 나서고 싶기 때문이다. 결국 꿈같던 ‘마이 카’ 시대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현된 셈이다.
그렇지만 지금도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드물다.
도대체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잘 산다는 말은 이미 다양한 의미를 가진 말이요, 변신하는 말이다. 잘 산다는 것은 객관적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결단의 대상이요, 선택의 대상이다.
즉 잘 산다는 것은 스스로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그렇게 자신의 뜻대로 살면서 그 삶에 만족하되 끝까지 후회가 없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잘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철학자들이 찾던 행복하게 산다는 것을 말한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그 중에서도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행복의 공식을 아주 간단하게 풀어낸다. 즉 사람의 행위와 목적이 일치하면 행복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놀기 위해서 놀고, 휴식하기 위해서 휴식하고, 다른 목적 없이 그저 즐기기 위해서 즐기고, 오로지 알기 위해서 알려는 사람은 행복하다.
인기를 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노래하기 위해서 노래하고, 팔아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 그림 그리고, 사회적 출세나 안정된 연봉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알기 위해서 공부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 정치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공동체가 잘 사는 것이 좋아서 정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다른 어떤 이런 저런 이익이나 기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신앙하기 위해서 신앙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를 자기 목적적 행위라고 한다. 결국 자기 목적적 삶은 향기롭다.
그렇다면 여기서 불행의 조건도 바로 나온다. 즉 사람이 살아가는 행위와 목적이 다르면 불행할 것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노래라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노래한다면 불행하기 마련이다. 똑같은 공부도 시험 합격이 목적일 뿐인 공부를 하면 불행하다. 결국 이타 목적적 행위를 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현대 독일의 윤리학자들은 이러한 행복의 공식으로부터 문화와 문명의 차이를 이끌어 낸다. 문화(culture)는 ‘경작한다’(colere)는 말에서 유래한다. 즉 문화란 자연으로부터 가꾸어 낸 자기 목적적 행위의 산물을 말한다. 여기에는 예술, 학문, 놀이, 종교 등이 속한다.
이에 비해 문명은 삶의 편익을 위한 도구적이고 기능적이며 사회적 목적의 생활형식을 말한다. 그래서 문화는 늘 문명을 초월하고자 한다.
21세기는 문명의 시대가 아니라 문화의 시대이다. 특히 한국의 21세기는 과잉생산이나 대운하를 부추기고, 과소비를 미덕으로 삼는 문명의 시대를 넘어설 때이다.
우리의 자연과 자원은 한계에 달했지만, 우리 영혼의 창조적 활동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자연은 삶 그 자체가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될 것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는다.
이제 잘 산다는 것은 문화의 향기 속에서 산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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