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서울대신학교 마지막 학년, 부제반 시절에, 나의 사제생활 사목 좌우명(motto)을 찾고 정하기 위해 공동번역 신구약 합본서를 처음 창세기부터 마지막 요한 묵시록까지 읽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그것도 그냥 눈으로 성경을 읽어내려 간 것이 아니라, 저에게 감동적이거나 의미심장한 성경 구절들을 연필로 밑줄을 그으면서 통독하였던 추억이 아련합니다.
사제수품을 앞두고, 저는 한 시대의 젊은이로서 천주교 사제로서 부름을 받고, 사제로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사실이 과연 저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지하게 저한테 물어보아야만 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사제로서 살아간다는 명분과 그 의미를 예수님의 산상수훈 내용 안에서 찾았습니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 중에 나도 한 사람이 되자. 그러면 나도 하느님의 자녀가 될 것이다, 라는 저의 이러한 소박한 열정이 이 성경 구절을 사목 좌우명으로 택하게 하였습니다.
저는 지금도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하루하루를 사제 생활에 임하고 있지만, 부끄럽게도 제 자신이 정작 늘 평화로운가 자문(自問)하면서 반성을 해봅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사제 생활을 해오면서 일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예수님처럼 평화를 주었지만, 일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평화를 심어주기는커녕, 그들의 평화를 깨어버린 장본인이요, 주범임을 저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 저 때문에 마음 상하신 모든 분들에게 먼저 정중하게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저를 잘 아시는 제 주변 분들은 저의 사목 좌우명인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이라는 내용을 참 잘 선택하였다고 저에게 말씀하시는데, 이러한 칭찬의 말씀은 부족한 저로 하여금 더더욱 교회 공동체와 여러 단체 사람들에게 참 평화를 심어주고, 참 평화를 이루는데 최선을 다하라는 살아계신 예수님의 격려와 질책의 말씀으로 들립니다.‘
마음의 평화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데 있다’라는 옛 격언과 ‘평화가 깃들인 곳에 하느님이 계신다(Where there is peace, God is.)’라는 성인들의 말씀을 더욱 깊이 묵상하면서, 벽에 걸린 저의 사목 좌우명을 다시 한 번 쳐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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