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서울 인사동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때다. 그때 전시한 그림들은 판매도 하였는데 그 중 한 점은 내가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어 판매를 하지 않으려고 제일 먼저 빨간 딱지를 붙혀 놓았다.
그런데 유난히 그 그림만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똑같이 다시 그릴 수만 있다면 여러 사람이 간직하는 기쁨을 나누어 가질 수 있어서 좋았겠지만…. 안타까움만 마음 한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전시장 위치 선정을 잘 한 덕분(?)인지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관람 성적(?)이 좋았고 수녀가 하는 전시회라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았던 것 같다.
그때가 10월이라 학생들도 많이 관람했는데, 그 중 투박하고 얼굴에 여드름이 가득한 한 남자이이가 눈이 빨갛게 상기되어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저 그림을 어떤 마음으로 그린 거예요?”
“그냥 , 마음이 가는 대로…. 내가 수녀라 기도도 함께 담았지!”
그 남자아이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고개를 드는 순간 그 아이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걸 보았다.
“제가요, 몇 년 동안 교회를 안 나갔는데요, 이제부턴 열심히 나갈꺼예요”라고 한다.
그 아이는 개신교 신자였다. 나는 그 남자아이를 꼭 껴안아 주면서 “그래! 네 마음이 가는대로 해”라고 말해주었다. 처음 만난 사춘기 남자아이지만 어찌나 예쁘던지…. 하느님께서 보시기에도 흐뭇하셨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 빨간 딱지의 그림은 전시가 끝나는 날 사연을 간직한 채, 꼭 필요한 가정에 가족이 되어 입양갔다.
최 안젤라 수녀(쎈뽈 디자인 연구실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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