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교구에는 공소가 많다. 공소사도회 회장을 지내며 ‘공소이야기’를 한자락 해볼까 한다.
푹푹 찌는 듯한 무더운 2004년 8월의 어느 날, 충북 옥천군에 있는 안남공소를 방문했다. 당시 필자는 교구 사도직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교구 내 공소실태조사’라는 임무를 받아 그곳을 취재하러 갔다.
신자라고는 할머니 8분이 전부였다. 슬레이트 지붕, 비가 오면 빗물이 새고 아주 초라한 옛날 주택의 10평 남짓한 공간에 방 2칸, 마루 1칸, 부엌 1칸으로 된 작은 공소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우리를 보시더니 무척 반갑게 맞아주신다. 그곳 마루에 놓여있는 선풍기 한 대가 눈에 띈다. ‘금성’이란 마크가 있는, 정말이지 골동품 선풍기다. 선풍기 목도 밑으로 축 처져 올라올 생각조차 못한다. 조이고, 만지고, 고치려고 애를 써봤다.
신자들은 더운 여름날, 해가 다 비치는 슬레이트 지붕 아래 목 부러진 선풍기 한 대를 놓고 공소예절을 하며 소나기 같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목은 부러졌어도, 소리는 덜덜거려도 저 찌그러진 선풍기는 공소 신자들을 위해 40년 동안 열심히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어주었다니 얼마나 고마운 선풍기인가.
“고맙다, 찌그러진 선풍기야!”
그 ‘찌그러진 선풍기’는 지금까지도 필자에게 많은 교훈이 되고 있다.
처음 간 공소의 선풍기가 내 신앙의 전환점이 될 줄이야.
찌그러진 선풍기보다 더욱 공소를 위해 일하겠다는 마음으로 공소를 방문한지도 이제 4년. 즐거운 일, 화해했던 일, 행복해 눈물짓던 일 등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지금도 공소 회장님들은 내게 자주 전화하신다. 작은 일부터 큰 경사까지. 어르신들은 나이가 들면 어린이가 되나보다.
연규순(가를로, 청주교구 공소사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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