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룩 튀어나온 배, 고르지 못한 이, 낡은 양복차림. 어느 누구도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직업은 휴대전화 외판원. 어쩌다 이런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당신은 무엇을 보여줄건가요”
“오페라를 부를 겁니다”.
순간 객석은 술렁였고, 심사위원들의 얼굴엔 비웃는 듯 야릇한 웃음이 번졌다.
배경 연주와 함께 푸치니의 오페라곡 ‘투란도트’중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m Dorma)가 울려퍼지자 객석은 숨을 죽였다. 몸을 뒤로 젖힌 채 조소하듯 바라보던 심사위원들의 몸도 굳은 듯 미동도 없었다.
노래가 끝나자 객석에선 기립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심사위원들도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으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폴 포츠의 인간승리가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6월 영국 ITV1 방송 프로그램인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를 통해 감동적인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된 폴 포츠 이야기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는 아마츄어들의 가수 등용문으로 영국내 최고 인기 방송 프로그램 중 하나다. 매회 시청자만 1300만 명이 넘는다. 폴 포츠는 이 무대에서 예선과 준결승, 결승을 거치며 최종 우승자로 선정됐다.
그는 지극히 평범한 외모를 가졌다. 오히려 ‘비호감’에 가깝다. 몸은 뚱뚱하고 고르지 못한 치아는 혐오감을 줄만도 하다. 외모는 그를 외톨이로 만들었고 냉소적인 환경은 그에게서 자신감마저 앗아갔다.
1998년 영국의 한 노래자랑에서 오페라를 처음 부른 후 자신감을 갖고 유명 오페라 회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2003년엔 맹장염으로 입원했다가 양성 종양이 발견돼 오랜 시간 병원 신세를 졌다. 같은 해 자전거를 타다 교통사고로 쇄골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2년 간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일을 못하자 3만 파운드(한화 약 5천500만 원)의 빚까지 진 상태였다. 휴대전화 외판원이라는 직업도 변변찮다. 평범한 가장인 그에게 소위 말하는 ‘빽(배경)’이 있을리 만무하다. 경력도 내놓을 게 없다. 따지고 보면 무엇 하나 드러낼만한 게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에게 열광하고 감동한다. 지금의 성공 때문이 아니라, 꿈을 향한 그의 불굴의 의지와 인내,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보잘 것 없던 그가 스타로서의 성공을 보장받는 관문을 통과하고 신데렐라의 주인공이 된 것, 바로 이 역전의 묘미가 시청자와 관객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에겐 하늘이 준 목소리가 있었고 노래만이 위로였던 그에게 ‘오페라 가수’라는 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대 최고의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가장 존경한다는 폴 포츠의 목소리는 분명 파바로티의 음성에 비할 바 아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는 그의 삶이 녹아 있다. 가는 듯 고운 그의 음성에 소외와 좌절을 극복한 그의 인생이 오버랩되기에 전혀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대회 우승 이후 벼락스타 폴 포츠의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줄을 이었다. 데뷔음반 ‘원 챈스(One Chance)’는 영국 UK 차트 1위에 올랐고 전 세계에서 300만 장이 팔렸다.
인생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 폴 포츠가 서울(3~5일)과 부산(7일)에서 내한 공연을 가졌다. 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그의 목소리에, 그의 인생 스토리에 감동했다.
꿈은 꿈을 꾸는 자의 것이라 했다. ‘폴 포츠 이야기’는 내가 품는 순간, 그것은 더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임을 보여준 한편의 드라마다.
전대섭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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