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첫 금요일, 부산 중앙본당에서 실시하는 환자 봉성체에 7년 여전부터 참여해 왔다. 노인병원과 가정에서 돌봐줄 사람없이 혼자 쓸쓸히 지내는 노인들을 방문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교리를 하고, 나아가 세례를 받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었다.
오늘은 뇌수술 후유증으로 13년 전 식물인간이 되어 노인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청년이 세례를 받기로 예정되어 있는 날. 온 몸이 마비된 상태로, 말을 알아듣고 눈깜박임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교리를 시작한 것은 벌써 석달 전이었다. 환자의 병 상태에 따라 교리일정을 조절하고 주요 교리를 반복해 주는 것은 그동안의 세월 동안 터득한 나름의 교수법이다. 이런 방법으로 이 청년 뿐만 아니라 모두 7명이 방문 교리로 세례를 받았다.
물론 아픔도 많았다. 좀 더 오래 머물러 이야기하기를 원하는 노인들을 홀로 남겨두고 나올 때나 교리 도중 병이 악화되어 세례도 받지 못한 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이를 볼 때는 그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려던 나 자신의 의지조차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하느님의 사랑에 목마른 수많은 환자들의 눈망울을 기억한다. 부족한 나에게 교리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이 생명 다하는 날까지 복음의 두레박을 들고 병실문을 노크하련다.
조각현(세례자요한.부산 중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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