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매매를 사실상 합법화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와 교회 및 생명운동 단체들의 2년에 가까운 개정작업과 진지한 노력들을 외면한채 졸속으로 처리된 이번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이 법률의 전면 재개정을 촉구한다.
이번 사태는 제대로 된 논의나 협의 과정도 없이 국회가 일방적으로 통과시킴으로써 인간존엄과 생명권을 지켜야 할 입법부 본연의 사명을 망각한 폭거에 다름 아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직권 상정해 통과시킨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에는 연구용 난자 활용 금지 조항은 빠지고 난자 제공에 대한 실비 보상, 줄기세포 연구 범위 확대 등 3개 항목이 추가됐다.
개악(改惡)된 법률의 최대 쟁점은 난자 제공에 대한 보상과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 허용에 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비롯한 수십명의 전문가들이 2년여의 숙고 끝에 의결한 연구용 난자 기증 금지 조항을 삭제한 것도 모자라 기증자에게 실비 보상까지 하겠다는 것은 난자 매매를 합법화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될 수 없다. 국가가 나서서 난자 매매를 부추기는 꼴이 아니고 무엇인가.
또 기존 법에서 불임치료 및 희귀 · 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로 제한됐던 배아줄기세포 연구 범위를 “질병의 진단 ? 예방 또는 치료를 위한 연구 등의 목적”으로 확대 허용한 것은 인간생명을 단순 생물학적 재료로 전락시키는 반생명적 처사다. 국회의원들이 과연 이 법률안의 내용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 사회는 황우석 사태를 겪으면서 난자 기증, 아니 난자 매매의 반생명적 위험을 확인한 바 있다. 거짓 논문을 위해 난자를 기증한 여성들에게 150만원의 돈이 미즈메디병원을 통해 건네졌고, 당시 난자 제공 여성들의 나이는 평균 24.7세로 돈이 필요했던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난자 기증자의 20%가 이후 과배란 후유증을 겪었고, 심각한 정서적 심리적 혼란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보고서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당초 정부의 개정안이 난자 기증을 금지한 것도 난자 체취에 따른 여성 건강상의 심각한 문제 때문이다.
가톨릭 교회는 배아를 온전한 인간생명체로서 존중한다. 따라서 어떠한 이유나 명분으로도 인위적인 배아생성과 연구를 인정하지 않는다. 치료와 연구를 위해 인간생명을 제물로 삼다니, 이 얼마나 논리의 모순이며 자가당착적인 발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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