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5월이면 한 가지 행사를 연다.
올해도 역시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얼마 전 고향집에 온 가족이 모였다. 이 날 저녁 모든 가족들은 고향집 마당 중앙에 모셔져 있는 성모상 앞에서 촛불을 켜고 성모의 밤 행사를 가졌다.
벌써 10여 년 동안 해온 집안의 중요한 연례행사다. 시계를 되돌려 처음 아버지가 제안했을 땐 굳이 집에서까지 해야 하냐고 불평을 터뜨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당신의 뜻이 확고하셔서 어쩔 수 없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이젠 당시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이젠 삼형제들이 자발적으로 초며 꽃이며 성모님께 바칠 기도를 준비하고, 어린 자녀들도 의미는 잘 모르지만 너무나 즐거워하며 고사리 손을 모은다. 이것이 신앙의 힘이며, 부모님께서 자식들에게 물려주신 신앙의 유산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삶에 쫓겨 바쁘게 살다 보니 좀처럼 모이기 힘들지만 이날 하루만큼은 함께 가족애를 나누고 성모님께 우리의 삶을 봉헌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교회는 5월을 성모 성월로 제정해 성모 마리아를 특별히 공경하고 그 분의 모범을 모든 신자들이 따르도록 이끌고 있다. 이를 통해 모든 신자들이 자신을 더 온전히 그리스도께 봉헌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런 취지에서 성모성월이면 교구와 본당에서는 성모의 밤 등 성모님과 관련된 여러 신심행사를 갖는다.
화창한 봄,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 한 달간 모든 신자들은 우리 어머니께 자신을 위해, 이웃을 위해, 교회를 위해, 세상의 참 평화와 화합을 위해 기도를 드린다. 두 손 모아 촛불을 밝히고 어머니께 바치는 기도행렬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성모님 일생은 수많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당시 죽음의 위험까지 감수한 출산에서부터 십자가상 아들을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어머니로서의 모습까지.
하지만 성모님은 그 고통을 정화하시고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인류구원 역사에 온전히 봉헌하셨다. 성모님의 이 같은 봉헌은 수많은 믿는 이들을 위한 충분한 밑거름이 되었다.
우리네 인생사 힘들다 한들 어찌 성모님과 비견하겠는가.
만물이 푸르름을 한껏 뽐내는 아름다운 계절 5월에, 결코 화려하지도 순탄하지도 않았던 성모님의 생애를 묵상하고 그 분의 모범을 따라 우리 자신을 봉헌하는 것이 신앙인으로서의 도리일 것이다.
요즘 나라 안팎으로 가슴 아픈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어린이 유괴 살해사건, 초등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 미얀마와 중국의 재난 등. 이럴 때 성모님께 마음과 정성을 다해 기도드렸으면 한다. 세상의 어둠과 절망이 걷히고 밝은 빛과 희망이 가득해지길 기원하면서.
5월 성모성월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 밤, 번잡한 일상과 걱정을 뒤로한 채 시끄러운 세상일에 잠시라도 눈과 귀를 닫고 성모님께 우리의 사랑을 전하면 어떨까.
하느님께 대한 어머니의 겸손함과 순명의 정신이야말로 모든 신앙인들이 본받아야 할 기본 정신. 어머니의 그 고귀하고 숭고한 마음을 믿고 따르며 이 험한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도록 간절히 청하자.
“사랑의 어머니시여, 이 세상과 가정에 참사랑을 증거하고 성체 안에 숨어 살아계시는 주님의 뜨거운 사랑 닮아가는 넉넉한 작은 영혼들이 되도록 저희를 이끌어주소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