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천사’.
‘가브리엘 천사’라는 말은 들어보았어도 ‘마리아 천사’라는 말은 금시초문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마리아 천사라는 말은 필자가 지어낸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마리아’ 그분은 분명 천사였다.
2005년 6월 25일. 이날은 청주교구 공소사도회 공소실태조사를 위해 충북 영동군 용산면에 위치한 용산공소를 방문한 날이다. 공소 터는 넓었으나 건물은 없고, 초라한 컨테이너 2개를 덩그러니 가져다 놓아 경당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공소회장과 공소 돌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백영자 마리아 할머니를 만났다. 그때 연세로 73세였으니 지금은 76세가 다 되셨을 게다.
할머니는 교직생활을 정년 퇴임하고 수년전부터 컨테이너 안에서 용산공소 인근의 초중고생들에게 방과후 공부를 가르치고 있었다. 도시와 달리 시골에서는 밭농사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방과 후 아이들에게 공부보다 일을 시키는 것이 마리아 할머니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것이다.
그 연세에도 때로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대화를 하고, 모르는 것은 선생님이 되어 가르쳐 주고, 할머니가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처럼 ‘사랑’으로 돌보고 계셨다.
“시골이라고 공부를 등한시 하면 안 돼!”
때로는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도 된다. 과연 마리아 천사다. 경당도 없고, 컨테이너 2개를 이어 붙인 작은 공소일 뿐이지만, 용산공소 교우들과 아이들은 누구보다 든든하다. 그곳에는 작지만 큰 ‘마리아 천사’가 계시기에 말이다.
연규순(가를로.청주교구 전 공소사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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