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공부를 마치고 교구 사도직학교를 수료하던 날. 교구장 장봉훈 주교님께서는 우리에게 3가지를 말씀하셨다.
‘첫째는 교회를 짓고, 둘째는 교회를 지을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 마음에 교회를 지으며, 셋째는 공소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었다.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길 때면 지난해 4월 이야기가 떠오른다. ‘추풍령공소 이야기’다.
교구 시노드 사무국장 송열섭 신부님과 필자는 상촌공소에서 미사를 드린 후 추풍령공소가 무너져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어둑어둑한 저녁나절, 그곳에 들렀다. 16년 전 그곳 공소회장님이 선종하시기 전까지는 40~50명씩 예절을 드렸다는 공소였지만 회장님이 돌아가시고 교우들이 흩어진지 16년째가 되다보니 공소는 ‘반파’ 지경이었다.
제대 뒷부분은 폭격을 맞은 것 같았고 지붕은 함석이 반이 날아간 채였다. 공소 안에는 쓰레기가 한 트럭이나 됐고 십자가 고상과 성모마리아, 아기예수상은 팔이 부러져 있었다.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3개월 후, 우리는 여러 형제들의 도움으로 장마가 오기 전 무너지지 않도록 공소를 복구했다. 일할 때면 인근 본당 교우들이 국수를 말아와 맛있게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마음고생 많이 하셨던 송신부님의 열정, 공소 복구를 위해 애썼던 형제들, 우리를 위해 국수를 말아주시며 힘이 돼주신 인근 본당 교우들.
모두의 마음이 없었다면 16년만의 주님과 만남도 없었으리라. 현재 추풍령공소는 리모델링까지 마치고 감사미사도 봉헌한 상태다.
“하느님, 무너져가던 공소에서 16년만에 봉헌한 미사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연규순(가를로·청주교구 전 공소사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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