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DVD에서 이런 멘트가 나오진 않는데, 전에는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 보다 보면, 맨 앞머리에 항상 나오는 멘트가 있다.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운운.
영상매체가 청소년들에게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좋은 영화를 보라는 권고의 말씀이시다.
갑자기 이 말이 떠오른 이유는 최근 미얀마와 중국에서의 자연재해를 보면서 재앙에 대한 두서없는 생각들이 스치는 때문이다.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는 재앙이다.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먼 나라에서 수만 명이 자연재해로 죽은 것은 옆집에 좀도둑이 든 것보다도 오히려 가벼운 것인지라, 미얀마나 중국에서의 참혹함에 그리 감정적인 동요를 느끼지 않는다.
성경은 자연재해를 하느님의 노여움으로 풀이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억압하던 이집트에 닥친 핏빛 재앙들 역시 성경은 당신 백성을 고통스럽게 하는 억압자들에 대한 단죄였다.
특히 구약에서 하느님은 당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을 “크고 질긴 재난과, 고약하고 질긴 질병으로 너희와 너희 후손을 호되게 치실 것”이라고 위협하신다.
어느 나라나 민족이든 자연재해와 재앙은 종종 신의 노여움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간혹 나병처럼 그저 질병일 뿐인 것을, 마치 천형처럼 여겨 가뜩이나 고통받는 이들을 더욱 죽음의 사지로 내몰아버리곤 한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엄청난 파괴력으로 다가온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디로 어떻게 도망가야 하는지 그 요령을 숙지해야 한다는 것 정도이다.
하지만 과연 자연재해가 정말 가장 무서운 것일까?
지난 20세기에 자연재해로 희생된 이들은 몇 명이나 될까? 아마도 꽤 될 것이다. 정확한 수치야 어찌 알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분명하게 아는 희생자의 수치가 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죽은 사람들의 수를 우리는 대강이나마 추정한다. 1차 대전보다는 2차 대전의 파괴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기에 그 대략의 희생자를 알아보면, 대략 5천2백만 명 정도라고 한다. 정확한 수치는 책마다 다르다. 아무리 자연재해가 엄청나다고 해도 그에 비할까.
자연재해가 자연이 주는 재앙이라면, 전쟁의 재앙은 사람이 만든 인위적인 재앙이다. 냉전이 사라진 지금도 세계는 여전히 수많은 전쟁 속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다. 하지만 전쟁만이 인위적인 재앙은 아니다.
심지어 오늘날의 자연재해는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이 스스로 빚어낸 것도 없지 않다. 빙하가 녹는다거나 대기 오염이 극심해 오존층이 파괴됐다거나 하는 것들 역시 인간이 만든 자연재해에 속한다.
요즈음, 우리는 역시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을 목전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른바 광우병이라는 것 역시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겠는가.
더 많은 고기를 만들어내려고 자연의 이치를 거슬러 소들을 희생 제물로 삼으니, 어찌 소라고 미칠 지경이 아니겠는가.
더 미치겠는 것은 막상 위험한 상황이 전개돼야 조치를, 그것도 분명치도 않은 조치를 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배짱이다. 모두가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그래서 우리는 호환 마마 전쟁보다도 생각 없는 사람들이 더 무섭다. 아이들이 농담으로 말하듯, “니가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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