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 위기에 직면한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해 인도적인 대북 식량 지원이 절실하다. 북한은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최악의 식량난에 봉착했다. 당시 북한에선 300만명이 아사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지금 북한은 10여년 전 고난의 행군 때와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북한 현지 사정을 목격한 한 시인은 ‘100원에 내 딸을 팝니다’라는 시를 통해 아사 위기에 직면한 북한 주민의 급박한 사정을 눈물로써 일갈했다.
세계식량계획(WFP)도 북한 주민의 대량 아사를 우려해 한국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이 즉각 50만톤 규모의 식량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실질적인 식량 지원이 이뤄지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 100만~200만톤의 식량이 부족하며 이미 상당수의 아사자가 생겼다는 보도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를 비롯한 국내 종교.사회 지도자들이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량 아사 위기에 직면한 북한 동포들을 돕기 위해 20만톤의 식량을 긴급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21세기 첨단 과학의 시대에 먹을 것이 없어 수십만명이 굶어 죽어간다니 도무지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다”며 “다시는 1990년대 중반의 참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카리타스도 지난달 27일 대북 지원 전문가 초청 간담회를 갖고 남북한 관계가 긴장 상태에 놓인 현 시점에서 그간 대북 지원을 추진해온 민간단체 중심의 효율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했다.
우리 정부는 그러나 북한의 식량 사정이 다급하지 않으며, 당국으로부터 공식적인 지원 요청을 받은 바 없다는 이유로 지원에 소극적이다. 물론 정부가 최근 “순수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정치적 문제에 상관없이 보편적 인도주의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원칙을 밝혔지만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비난해온 북한의 태도 변화를 앞세우며 지원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당장 굶어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을 돕자는데 정치적 판단이 개입돼서는 안된다. 이념적 차원에서 접근할 사안은 더더욱 아니다. 5~7월 춘궁기에 북한에선 최소한 수십만명이 아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교회를 포함한 민간단체들의 신속하고도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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