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를 둘러싼 범국민적 저항은 작금의 정치적 권위가 과연 누구를 위하여 행사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애당초 국민의 건강권에 대한 수호 차원에서 시작된 광범위한 계층의 시민들을 망라한 촛불집회는 이제 이 정권의 도덕성과 정책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잘못된 정치와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배후가 있다는 등의 눈가림과 꼼수로 임기응변식으로 넘어가려는 오만과 독선, 무책임의 행태를 보여옴으로써 오히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고, 심지어는 지극히 평화적인 집회 참가자들을 강경 진압함으로써 많은 부상자를 야기하기에 이르렀다.
한국 교회는 이러한 최근 정국을 인내로 지켜보았으나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인식하고,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시국 집회를 개최하고 성명서를 발표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6월 3일자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경제 성장보다 국민과의 소통, 도덕성 회복이 우선”이라는 뜻을 피력하고, 이명박 정부의 변화를 5개항에 걸쳐 촉구했다. 또한 이에 앞서 전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은 5월 30일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거리 행진을 벌였으며,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를 철회하고 재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시국 선언을 발표했다.
우리는 이러한 한국 천주교회의 입장 표시가 정치적 권위는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국민들이 위탁한 것이고, 따라서 정부는 인간의 생명과 기본권을 존중하고, 공동선에 바탕을 둔 정의로운 통치 행위를 해야 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정부의 국정 운영의 근본 기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즉 비록 경제 성장과 개발이 국가 발전에 중차대한 의미를 지니지만, 그것이 “정직, 책임감, 진실, 공동선“ 등 도덕적 가치, 그리고 인간 존엄성과 생명 보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의 가치를 희생해야 하는 이유는 되지 못함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에게 남은 일은 통절한 자기 성찰이며, 진지하고 겸허한 반성에 바탕을 둔 근본적인 변화 뿐이다. 어설픈 미봉책으로는 더 이상 바닥까지 떨어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길은 전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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