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없는 노인대학 만들자
나는 겸손하지 못한 사람이다. 이런 고백조차 난감한 생각을 하지 않고 하니 하는 말이다.
교직에 있을 때, 토요일 오후마다 18년 동안 무료 노인 학교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 남의 노인 학교 민요 강사 노릇한 것까지 합하면 21년이다.(42살~63세)
거슬러 올라가 본다. 학생 중 누가 별세하면, 기도를 드리게 했다. 정말 각양각색이었다. 한쪽 눈을 뜨고 몰래 바라본다. 불교 신자가 가장 많은 것 같더라. 성호를 긋는 사람은 천주교 신자다. 개신교 식도 있다. 그저 손만 비비는 사람도 많다. 무속 신앙인 혹은 무신론자들이다.
주 프로그램은 처음엔 민요였다. 노래 시간엔 내가 만든 민요집을 갖고 10년 동안 그것만 불렀다. 노인 학교도 ‘학교’니까, 대중가요는 발 들여 놓을 수 없었다.
세월이 흐르니 건전가요가 자연스레 등장하게 된다. 2/3가 한글을 몰랐는데 그 비율이(문맹자) 1/3쯤으로 바뀌면서다. 동요도 가곡도 퍼지게 되었다. 온갖 몸부림을 동원하며 전래동화도 구연했다. 학생들이 옛 시조를 스무 남은 수 외는 운동이 벌어졌다. 짧은글짓기, 고사성어 풀이, 전래동화 구연 등도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렸다.
자원 봉사자도 30명 가까웠다. 병원장, 대학교수, 색동 어머니 부산 지회장, 공군 3875부대장을 비롯한 장교 및 부사관, 구의회 부의장, 현직 초등학교 교사, 학생, 문화원장, 체육관관장 등이 와서 궂은일도 했다. H.J 국회의원, 전 K.B 두 구청장 등도 자주 드나들었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20년 전에 이랬느니 하려니 고리타분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게 있다. 소위 ‘선택된’ 사람만 참여하는 쪽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당신은 천주교 신자니까 혹은 어려운 성경 구절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 우리 노인 학교에 오시오, 만에 하나 이런 방침이 있다면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신자든 비신자든, 고학력자든 무학력자든, 부자든 빈자든 유명인이든 무명인이든 그게 무슨 조건이 될 수 있으랴.
J성당과 M 성당의 노인 대학은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두 군데 다 비신자도 충분히 배려한단다. M 성당은 시골 구석구석마다 찾아가서 학생들을 실어 나른다더라. 자연히 전교가 이루어지기도 하리라.
J 성당 노인 대학 금년도 2/4 분기 프로그램을 보면 〈성경〉 강의가 세 시간이다. 나머지는 교양프로그램(신나는 노래나 율동 등)이다. 모두가 기쁜 얼굴들이다. 초빙 강사는 물론 ‘사아사이에’ 영성적인 내용을 스며들게 하면서 강의를 한다. ‘성경 강사’가 〈매일 미사〉 중 복음 말씀을 풀어나가는데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게 그 노인대학을 우뚝 서게 하는 기둥이리라. 비신자도 그 말을 새겨듣는다. 아름다웠다.
아파서 5년 동안 누워 있었던 내가 다시 일어서 금년 2월 29일 이후, 노인 대학에 간 것은 현재까지 열 번이다. 이제 문리가 약간은 트이는 듯하다. 주님의 말씀도 본당 신부님께 감수(?)를 받은 연후에, 교우들이 알아듣기 쉽게 전해드릴 수 있으니 꿈만 같다.(나는 4년 전 개종을 했다.)
4월 20일에는 옛날 노인 학교 봉사 악단 다섯 명이 반주를 하는 가운데 삼랑진 오순절 ‘평화의 마을’에서 노래만 한 시간 반 불렀다. ‘목포의 눈물’, 너무나 좋아하더라.
4월 20일에는 문학상을 받으면서 3백 명 앞에서 영남에 사는 호남인들을 위해 그 노래를 열창했다. 조그만 땅에서, 조그만 교회에서 일치의 의미를 찾고 싶어서다. 지금 이 시간엔, 6월 11일 약속되어 있는 삼랑진 성당 어르신 성경학교에서의 ‘교수. 학습 지도안’ 작성에 매달려 있다. 모름지기 노인 학교일수록 지도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본당 노인 학교는 우여곡절 끝에 주임신부님이 직접 주관하는 〈시편〉 기도 대학으로 운영하고 있고, 나도 거기 참여한다. 그리고 끝나고 나선 내가 ‘복음 성가’를 봉헌한다. 간절한 바람대로 비신자도 오고 있다.
어찌 신부님의 배려가 한없이 고맙지 않을 수 있으랴. 그분에게 순명하는 건 내게 크나큰 기쁨이기도 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노인 학교는 전교 차원에서라도 어떤 ‘차별’도 두지 않고 운영되는 게 바람직하다.
교회와 노인 학교가 넓은 가슴과 지혜를 지녀야 하지 않을까?
이원우(아우구스티노. 부산 금곡본당·소설가·한국 문협, 부산 가톨릭 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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