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루르드에서 열리는 국제 군인성지순례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11박12일이라는 긴 휴가를 냈다. 세 분의 신부님과 두 분의 수녀님 그리고 군인 및 가족들 40여 명과 함께 여정이 시작되었다.
성지순례는 제5복음과 같다는 신홍식 신부님의 말씀이 순례 기간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스라엘에서의 일정은 그야말로 가슴으로 듣는 새로운 말씀이었다. 시차가 적응될 즈음 찾게 된 곳이 성경 속에서만 그려보던 갈릴래아 호수. 상상 속에 있던 호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고 평화로운 갈릴래아 호수를 만날 수 있었다.
눈을 감고 예수님을 생각하며 묵상에 잠겼다. 그 평온함 그리고 자유로움은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부르는 ‘나를 따르라’는 성가는 온몸을 전율케 만들었다. 왜 자꾸 눈물이 흐르는지 가슴으로 흐르다 못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주님을 향한 삶을 위해 모든 걸 흔쾌히 버리지 못하고 애써 잡고 살아가는 나에게 예수님께서 자꾸 따르라고 하시는데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내가 보였다. 그물을 버리고 당신을 따르라는 부르심에 “예”하고 따라야 하는데 아직도 그물을 굳게 잡은 내가 보였기 때문이다.
부두에 도착하니 수녀님도 두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묻지 않아도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수님의 행적을 밟기 전 그 많던 고민은 순례길 곳곳에서 예수님을 만나면서 덜어 버릴 수 있었다.
벨라뎃다 성녀에게 발현하신 성모 마리아께서 주신 축복이 있는 곳 루르드. 기적수로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기적수 침수를 위해 4시간을 기다려 겨우 30초 정도 몸을 담그면서도 그 기다림을 지루하게 생각치 않고 기도와 묵상을 한다. 시간으로 따지면 불과 몇 초지만 그 믿음은 수치로 환산한 시간에 불과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 분의 신부님께서 함께 미사를 하시고 강론을 하셨는데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강론을 하셨지만 매일 미사 때마다 충만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신자들이 참가해서 순례의 초점이 흐려질 법도 했지만 모두들 기쁨의 시간을 만들고 돌아왔다.
우리는 사람들이 말하는 기적을 만들거나 보려고 간 것이 아니다. 모두가 제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믿고 살아가는 방식 속에서 예수님을 따르고 실천하는 방법을 올바르게 하고 있는지 스스로 회개하고 묵상하고 기도하기 위해 시작된 순례였다.
순례 순간순간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는 서로 웃음을 나눌 수 있었다. 그 웃음들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어도 저마다 큰 축복을 경험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번 국제 군인성지순례대회와 더불어 한 성지순례는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로 소중한 시간들로 남을 것이다.
윤효정 중사(클라라. 육군 무열대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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