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루카 10, 37)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라고 묻는 율법교사의 질문에 예수께서는 당시 견원지간처럼 지내던 사마리아인의 사랑실천을 통해 이웃의 한계는 내가 속한 공동체에 국한될 수 없음을 말씀하셨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첫째 계명은 아무리 강조해도 덜하지 않는 덕목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는 이웃을 향한 마음보다 나의 바쁨 때문이라는 이유로 사랑실천을 회피한다.
성서 이곳에 나오는 사제나 레위인도 분명히 사랑을 베풀 마음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하느님 사랑이 우선이라는 ‘명분’을 내걸어 자기 동족, 이웃을 외면해 버렸다.
사제직을 준비하면서 나에게 가장 근본적으로 와 닿은 질문은 ‘나는 누구를 내 이웃으로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었다. 가정·본당·아니면 교구 울타리?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웃은 어떠한 경계에 머물러 한정될 수 없음을 바로 성서 이곳에서 말씀해 주셨다.
이제 시작하는 사제의 삶에서는 이론과 지식이 아닌 구체적인 실천으로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 안에 구현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이 성서의 말씀을 선택했고, 이 말씀을 바탕삼아 일생을 주님의 종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1995년 2월 서품을 앞두고 교구 주보에 서품성구와 사제로서의 앞날에 대한 각오를 제출했던 글입니다. 지금도 저는 서품성구가 새겨진 색 바랜 상본을 전례용 책자에 끼워 놓고 매 미사 때마다 봅니다.
원고청탁을 받으면서 다시금 나는 이 서품성구처럼 살았던가를 물어 봤습니다.
돌이켜보면 군종신부 시절, 해외 교포사목 기간 동안 타종교, 타민족을 만나 그들을 구분, 구별하지 않고 제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이웃으로 사랑하려 했지만 때로는 그렇지 못한 부족함도 발견합니다.
오늘 다시금 ‘가서, 너도 그렇게 하라’는 주님의 말씀에 최선을 다 하려는 결심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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