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나는 사기(?)를 당할 뻔 했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10년 전,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작은 상가 하나를 물려 주셨다. 반찬값이라도 뜯어 쓰라는 게 취지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리 그 상가는 곧 부도가 나 상인들은 철수를 하고, 수도도 전기도 끊긴 ‘유령 상가’가 돼 버렸다. 나 역시 이름만 상가 주인이지 세 한번 받아 본 적이 없고, 철마다 날아오는 세금 고지서에 짜증이 나 있었다.
그런데 최근 큰 돈을 써야할 일이 생겨서 은행 대출을 알아보다가 문득 ‘유령 상가’의 존재가 떠 올랐다. ‘혹시 그걸 팔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상가 관리실로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요즘은 거래가 좀 된다면서 얼마를 받을 생각이냐고 물었다. 나는 예전에 아버지가 그 가격(30년 전 소형 아파트 가격)에 사셨다는 데, 그 정도 받을 있을 수 있을지 물었다. 남자는 계약을 하자며 만나자고 했다.
계약 직전, 나는 우연히 부동산컨설팅을 하는 친구를 만나 ‘유령 상가’가 곧 팔리게 됐다며 호기롭게 떠들었다. 그러자 친구는 가게를 파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매매와 계약에 대한 나의 태도, ‘돈(재산)’ 관리에 대해 문맹에 가까운 나의 수준에 혀를 찼다. 먼저 친구는 현대인이라면 자신의 경제 상태와 활용 가능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돈에 대해 제대로 알고 가치롭게 활용하라고 충고했다.
번쩍 정신이 났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헐값에 넘길 뻔한 상가 매매는 보류됐고, 그 날이후 나는 ‘돈’에 제대로 대해 알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잘못쓰면 독, 잘쓰면 약이 되는 돈. 나는 지금 ‘돈’에 대해 공부 중이다.
김후남 (파비올라, 경향신문 특집기획부 기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