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안학교의 선두 주자격인 양업고등학교가 존폐 위기에 처했다. 최근 양업고 소재지 관할 당국인 청원군이 거창상운의 인근 석산개발 사업을 허가해 줌으로써 양업고등학교는 더 이상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양업고 인근 1~2km 지역에는 대성개발, 서룡개발, 환희개발 등 이미 세 개의 채석장이 들어서 있다. 채석장에서의 발파작업과 하루 600여 대의 공사차량이 드나드는 소음으로 지금도 제대로 된 수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발파진동으로 건물 곳곳에 금이 가고 심각한 균열이 생겨 붕괴위험 마저 있다.
양업고측은 지난 2006년부터 관할 군청에 공문을 제출하고 면담 등을 통해 꾸준히 반대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사업 주체인 거창상운측은 학교보건법상 500m만 벗어나면 문제없다는 규정을 들어 550m에 위치한 채석장 개발 허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할 청원군청도 사업주의 논리에 따라 개발허가를 내줬다. 이번 채석장이 개발되면 양업고는 사방이 채석장으로 둘러싸여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한 것은 뻔하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양업고등학교는 개교 이후 단기간만에 국내 대안학교의 성공 사례로 꼽히며 주목을 끌었다. 2004년엔 국내 최초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ME ‘주말’을 실시해 명실공히 인성함양과 가정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확고히 했다.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새로운 가능성을 열며 대안교육의 미래를 개척해왔다. 매년 5대 1이라는 높은 입학경쟁률은 그저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학생의 85%가 입학 후 가톨릭신자가 될 만큼 전교에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대안학교는 자연친화적인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양업고는 학생과 교직원 전원이 숙식을 함께 하고 있어 학생이 자원하지 않으면 폐교는 정해진 수순이다.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공간이 무분별한 개발 논리에 밀려 존폐 위기에 몰린 것이 안타깝다. 당장의 이윤에 눈이 멀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그르치는 어른들의 논리가 한심스러울 뿐이다.
지금이라도 관할 청원군청은 양업고와 지역 주민들의 진정을 받아들여 채석장 허가를 취소할 것을 촉구한다. 학교를 지키겠다며 피킷을 들고 거리로 나선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어른, 부끄러운 사회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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